▲23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봉동면 일대의 논에서 농민들이 트랙터 등을 이용해 모아둔 볏단을 옮기고 있다. 촬영장소는 도라 전망대. 2013.10.23
연합뉴스
경제지원이 필요한 북한과 과거사 문제로 초래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사이에는 '밀월'이 예상된다. 강석주 비서가 유럽에서 일본 측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북한 핵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전혀 변함이 없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의 장관 또는 부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대북정책 수정 필요성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결론은 '전략적 인내'를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그 직후 서울에 온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발표한 '한미관계 현황 공동 설명서(Joint Fact Sheet)'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해…"라며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대북 강공책으로 써먹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되살려냈다. 그나마 부시 정부 때 CVID는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나온 것인데 비해, 북미관계가 파탄나 아무 대화도 없는 상황에서 참으로 뜬금없이 CVID를 꺼낸 것이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제쳐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한 한미일 연대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나 아베 총리의 방북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정간섭성 발언이지만, 북한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기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 오바마 정부의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로서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해 '저승사자'로까지 불렸던 로버트 아인혼이 지난 7월 "북한 문제를 단순히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갖는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지난 16~17일 미국 군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미관계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전체적으로 북한 비판여론이 굉장히 높고,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 이렇게 보면 올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 리스크 관리' 수준이거나 케네스 배 등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문제 관련 방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1회성 방북' 이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보다 더 악화돼 있고, 관계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통일대박론'을 꺼내든 이후 북한에 대해 계속 이런 저런 제안을 해왔고, 남북접촉에도 응했다. 아예 공개적으로 손을 놓고 있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응을 끌어낼 만한 내용이나 실질적 조치는 없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북한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6.15선언이나 10.4선언에 대해 "그 정신을 존중한다"고 할 뿐 이행하지는 않는다. 그래놓고는 교통·통신 분야 대북 인프라 투자,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장려 등 이미 10.4선언 등에서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다시 제안했다.
박 대통령, '드레스덴 선언' 중요성 강조하지만...'드레스덴 선언'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사전에 그 내용을 북한에 통지해 멍석을 깔거나 사후 설명 자리를 만드는 조치는 없었다. 그저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이틀 뒤 '4차 핵실험'을 언급했고, 3일 뒤 서해 해상경계선(NLL) 이남으로 해안포를 쏘는 한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고 폄하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17일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국제 관례'에 저촉되지 않는, 북한 응원단이 사용하게 될 인공기 크기까지 거론해 애초 보내기로 했던 응원단 파견이 취소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처럼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대단히 유리한 언론·정치 환경 아래 "박 대통령의 노력을 김정은이 외면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통일외교안보분야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바마 정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 평양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미국 대사에 따르면,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오바마 행정부와 많은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4월 말과 5월 초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 '잡종'으로, 박 대통령을 '추악한 미국위안부' 등의 표현을 써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욕설과 막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욕설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같은 북한의 '최고 존엄'이 만났던 인사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해온 관례도 넘어선 것이었다. 남측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보여주는 분위기다.
"오바마 다음 대통령 기다리겠다"는 북한 설령, 9월에 다소나마 상태를 호전시키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해도, 10월에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가 긴장고조요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군사정보보호 협정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문제 등 '강력한 대북 억지'와 '연합방위능력 강화를 위한 양국의 공동노력'이 핵심 논의 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긴장요인이 계속 쌓이고 있는 불안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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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도 차버리고... 이벤트 많지만 변화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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