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가 헤어지며 하는 말은?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82] 會

등록 2014.10.07 16:27수정 2014.10.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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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곱씹어 볼 대목이다. 모일 회(會, hui)는 위는 뚜껑, 가운데는 그릇에 담긴 고기 덩어리, 아래는 축문이 담긴 그릇의 몸체가 하나로 합쳐진 글자이다. ⓒ 漢典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이 남긴 명문 중의 하나인 <봉건론(封建論)>에는 원시사회에서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인간이 집단을 이뤄 생활하게 되고, 그 집단을 이끄는 제후와 군대가 생겨나고, 그 제후들을 다스리는 천자(天子)가 출현하는데 천자는 장수나 제후보다 더 큰 덕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한 후에야 비로소 천하가 하나로 모일 수 있다(然后天下会于一)고 설명하고 있다.

봉건사회를 지나 민주와 법치가 자리 잡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철지난 유종원의 <봉건론>이 유효하게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 56개의 민족과 드넓은 영토를 다스려야 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백성의 안위와 원바오(溫飽, 먹는 문제 해결)를 넘어서 샤오캉(小康, 기초 사회복지 실현)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중국'이라는 하나의 천하를 유지하고, 13억 중국인을 하나로 모아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두고두고 곱씹어 볼 대목이다.

모일 회(會, huì)는 위는 뚜껑, 가운데는 그릇에 담긴 고기 덩어리, 아래는 축문이 담긴 그릇의 몸체가 하나로 합쳐진 글자이다. 고기를 걸어 놓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서 '모이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고기 덩어리가 주로 '날고기'였기 때문에 '회'의 의미로 쓰였으나, '모이다'는 의미로 더 널리 쓰이자 본뜻을 보존하기 위해 '회(膾)'자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갖는 어떤 힘이나 능력, 혹은 그 힘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에서 조동사적 의미로서 할 수 있다는 능력과 할 것이라는 추측의 의미도 추가된 것으로 생각된다. 

동중서(董仲舒)는 천인감응(天人感應)론을 전개하며 오행(五行)의 이치를 정치영역으로 확대하여 나름대로 깊은 학문의 영역을 개척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학자들로부터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궤변이나 억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창조적인 융합을 위한 견강부회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도 꼭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모든 만남은 이미 이별이 정해져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처럼 시간의 길고 짧음이 있을 뿐, 헤어짐이 전제되지 않은 만남은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윤회'라는 큰 동그라미를 다 볼 수 없는, 짧은 생을 사는 인간으로서는 '거자필반(去者必返)'의 이치보다는 만나면 부득불 헤어짐이 정해져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중국인들은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흔히 훗날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후회유기(後會有期)'라고 말한다. 견우와 직녀가 칠월 칠석에 만났다 헤어지면서도 이 말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會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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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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