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교육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창의적이면서, 그래도 뭔가 건설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명구
올해로 서른 두 살이다. 이제 스승의 날이 되어도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학창 시절 친구들 이름이나 얼굴도 점점 흐릿해진다. 수업 시간 풍경 같은 것은 끄집어내서 뭐하랴. 이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이라 여기는 나이가 됐다.
주변 선배들은 하나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큰일이라는 것이다. 다들 교육에 대한 불안을 자주 토로한다. 하는 얘기를 들어 보면, 애들 공부 잘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겠다는 극성은 많이 수그러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일이 돼 버렸지 않은가. 신물이 날 만도 하다.
교육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창의적이면서, 그래도 뭔가 건설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얘기를 하면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참 많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생업을 마다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얘기라도 주고받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열린도시연구소 새 들'과 '새들마을학교'가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란 주제로 누구나 와서 강의를 듣고 토론도 나눈다 한다. 신청한 사람들을 보아 하니 연령층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모두 합해야 60명이 조금 못 되니까 두런두런 얘기 나누기에도 좋다. 모임은 10월 9일 한글날부터 12월 25일 성탄절까지 총 12번에 걸쳐 진행된다. 매주 금요일 저녁 시간이니 퇴근하고 가면 별 부담도 없겠다. 조금 망설이다가 신청서를 보냈다. 오랜만의 등교라 기분도 약간 설렜다.
한글날 오후, 새들마을학교 1층에서 첫 시간이 열렸다. 새들마을학교 이밀알 선생님이 1교시를 맡았다. 근데 1교시 제목이 독특하다. '난장'이란다. 난장판 할 때 그 난장이다. 첫 판부터 난장판이란 얘긴가. 어쨌든 설명을 듣기로 했다.
교육을 주제로 떠오르는 기억을 제 마음대로 끄집어내는 게 이 난장판의 목적이다. 학교, 선생님, 친구, 수업 시간, 시험 등 교육과 맺었던 갖가지 추억을 떠올려 보자는 거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일단 먹구름부터 눈앞에 그려졌다. 나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대다수가 어두운 뒷골목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기억에 잠겼다.
기억은 제 마음대로지만 담는 그릇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선생님. 좋든 싫든 기억에 남는 선생님 이야기를 첫 번째 그릇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