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는 이른 새벽 일본에서 실어 온 석탄재를 시멘트공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하역 중입니다.
최병성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 강원도 삼척항. 일본에서 실어온 폐기물 하역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시커먼 가루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폐기물인 석탄재입니다.
삼척항에서 가장 가까운 모텔을 잡았지만 편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밤중에라도 하역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어, 밤새 항구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이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달려왔고 일본 쓰레기를 실어온 배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잠이 올 리 있겠습니까?
동이 트자 석탄재가 배에서 항구 바닥으로 옮겨졌습니다. 석탄재는 다시 덤프트럭에 담겨 시멘트공장으로 운반되었습니다. 삼척항 바닥에는 석탄재가 넘쳐났고, 석탄재 침출수가 바다로 유입됐습니다. 2008년, 제 두 눈으로 본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고철 수입이 증가했다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지난 기사(관련기사 :
방사능 나오는 아파트... 이런 '비밀' 숨겨져 있다)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일본 환경성은 매년 홈페이지에 폐기물 처리 현황을 발표합니다. 이 중 석탄재 처리 현황을 보면 수출 대상국 명단엔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만 끝없이 이어집니다.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여 시멘트를 만드는 나라는 유일하게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