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 해 12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3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럼스펠드 장관은 이준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반도 전쟁 계획인 작전계획 5027-98에 의한 한반도 전쟁전략을 수정해야 함을 역설했다. 5단계(북한의 침공-방어-격퇴-반격-수복)로 작전단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5027이 현대 전쟁의 역동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 전쟁은 5단계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단계를 건너뛰어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예컨대 북한군의 침공을 격퇴하면서 동시에 반격도 이루어질 수 있고, 아예 침공을 격퇴하는 단계 없이 곧바로 북한 지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이준 장관은 럼스펠드의 새로운 전쟁개념에 대해 전부 합의하였다. 이로써 한반도 전쟁계획은 기존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외에 북한 선제공격 계획인 5026이 하나의 '우발계획'으로 합의되었고,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5029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 세상에 북한이 대포 한 방 못 쏘도록 하는 완벽한 군사력이나 군사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미국의 국방장관이 주장했다고 해서, 또는 최근 군사력의 발전이 가속화되었다고 해서 그걸 믿고 전쟁을 함부로 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2003년에 새로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미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영변을 정밀 폭격한다는 보도가 폭주하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국은 아예 한국정부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라크 정세가 곧 안정화되는 대로 미군의 핵심전력은 한반도로 이동한다는 첩보가 수시로 입수되었다. 2003년 4월에 NSC 이종석 사무차장은 노 대통령에게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폭격을 강행할 것 같다"며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올렸다.
또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한반도 전쟁을 아예 공개적으로 말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해 국민 여론은 혐오와 반감으로 들끓어 올랐다. 이번에는 1994년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 미국의 전쟁의지가 남다르게 확고할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신형 첨단 군사력의 위용이 매일 언론에 도배를 했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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