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마리아치들 - 스페인을 중심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민족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이들은 돈을 받고 음악을 연주하는 프로 연주가들이다. 가리발디 광장의 역사적인 인물 사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리아치 동상이, 이들이 얼마나 사랑 받는지를 증명해준다.
김동주
그렇게 벌개진 얼굴로 한낮의 태양이 뜨거운 가리발디 광장을 걸었다. 거리 좌우로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동상이 줄을 지었는데 판초를 입고 얼굴이 파묻힐 만큼 커다란 챙 모자를 쓴 한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다름 아닌 거리의 악사, 마리아치( Mariachi)의 모습이다.
아직 술집 문을 열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하얗고 검게 차려 입은 몇몇 악사들은 벌써부터 거리에 모여 들었다. 커다란 모자에 쫙 달라붙은 흰 옷과 부츠를 갖춰 입은 마리아치 밴드는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때때로 악기를 조율하며 멕시코 특유의 흥을 거리에 퍼뜨렸다. 그 곁을 기웃기웃 거리다 눈이 마주친 한 악사는 벌개진 내 얼굴에 윙크로 화답한다.
시계와 닫힌 문을 번갈아 보기를 여러 번, 나는 고개를 떨군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기에는 너무 이르기도 했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의 세월이 지나야만, 다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라틴아메리카 타워, 멕시코시티와 이별하기 좋은 곳
▲라틴아메리카타워 - 총 45개층으로 된 높이 183m의 타워로, 높은 건물이 없는 멕시코시티 어디에서든 보인다. 지리적으로 북미에 속하지만 '라틴' 이라는 이름을 넣은 것이 멕시코의 정신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잘 나타내어 준다.
김동주
가슴 한 가득 아쉬움을 안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라틴아메리카 타워(Torre Latino Americana)였다. 멕시코시티의 어디에서든 보이는 이 높은 건물은 중세의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은 이 고대 도시에서 거의 유일한 현대식 고층건물이다. 예술궁전 너머로 보이는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유달리 이질적인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생각까지 했으나 결론적으로 멕시코시티와 이별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멕시코시티의 전경 - 라틴아메리카타워의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멕시코 시티의 모습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름답다.
김동주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42층부터 시작되는 전망대에 도착하니 멕시코시티의 동서남북이 태평양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다. 자로 잰 듯이 네모지게 나열된 오랜 건물들이 고대제국에 물들은 유럽의 향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비록 고대의 많은 것이 파괴되고 순수 혈통의 인디오들은 사라져갔지만 그 영혼은 아직도 고스란히 멕시코시티의 곳곳에 잠들어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고대인들의 지혜는 이 새로운 문명 안의 사람들에게 열정과 낭만을 선사한다.
아아. 나는 과연 이 도시를 잊을 수 있을까. 난데없이 나타난 마리아치의 풍요로운 음악에 강렬한 메스칼 한 잔을 곁들이는, 코르테스의 황금보다 아름답고 흥미로운 이 삶의 흔적들을.
간략여행정보 |
소칼로 광장에서 도보거리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타워는 멕시코 시티에서 가장 높은 건물임과 동시에 이 대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이는 유일한 장소이다. 총 43층으로 된 이 높은 타워는 42층부터 실내전망대가 시작되고 최고 층에서 계단을 통해 옥외 옥상으로 갈 수 있다. 정상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는 몇 번을 봐도 지겹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멋있다.
멕시코의 풍류를 즐기고 싶다면 저녁에 문을 여는 가리발디 광장의 펍이나 식당을 방문해보자. 알싸한 메스칼에 마리아치의 흥겨운 음악이라면 이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리발디 광장 한 켠에 있는 메스칼 박물관은 보너스. 입장료는 아래와 같다.
라틴아메리카타워 전망대 : 70페소(한화 약 8천원, 2013년 1월 기준) 메스칼 박물관 : 25페소(한화 약 2천원, 2013년 1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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