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포착하는 교육... 우리 함께 머물자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21] 성탄절에 그려 보는 참된 교육정신

등록 2014.12.30 14:49수정 2014.12.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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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한 사회의 문화가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무고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새들마을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 즉 교육이 이 사회의 문화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배움으로 바른 문화를 만들기 원하는 이들이 모여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열린도시연구소 새들'과 산하 '새들마을학교'는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고뇌와 축제로 펼치는 교육문화연구학교'를 10월 9일부터 12월 25일까지 12회 진행합니다. - 기자말

"차양 위로 올라간 공을 내리려 애쓰는 두 아이
달려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순간 바람이 힘차게 불어와 부드러운 미소와 손길로
아이들의 손에 공을 안겨 주었죠."

최봉실 새들마을학교 교장(열린도시연구소 새들 대표)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아이들이 운동장 끝에서 갖고 놀던 공이 차양 위로 올라갔다. 두 아이는 장대를 가져와 떨어뜨리려고 애를 썼다. 이 모습을 본 최 교장은 '가서 도와줘야 하나, 아니면 아이들이 해결하기를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다. 그렇게 망설이며 지켜보던 순간, 바람이 불어와 공은 떨어졌다. 최 교장은 이를 시로 적었고, 거기에 음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

지난 25일,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12번째 시간에 참석한 이들은 이 '바람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성탄절에 열린 마지막 시간의 주제는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를 그리며–사랑과 용맹으로 펼쳐 가는 생명의 교육'이었다. 참석자들은 예수 탄생 사건을 통해 교육의 의미를 헤아려 보는 강의를 들었고, 그간의 가르침과 배움을 정리하며 깨달음과 희망을 시와 노래로 표현했다.

 최봉실 교장은 함께 부른 '바람의 노래'에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함의가 담겨 있다는 말로 서두를 놓았다.
최봉실 교장은 함께 부른 '바람의 노래'에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함의가 담겨 있다는 말로 서두를 놓았다. 새들마을학교

바람의 계기에 열려 있는 자세

최봉실 교장은 함께 부른 '바람의 노래'에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함의가 담겨 있다는 말로 서두를 놓았다. 먼저는 아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공을 꺼내기 위해 엄마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스스로 해결하려 애썼다. 해 봐도 안 되었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다. 다른 한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기회를 빼앗지 않으려는 긴장감과, 도와줘야 할 때 바로 달려가려고 준비하는 마음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의 노력과 엄마의 사랑.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불어온다. 최 교장은 이를 '바람의 계기'라고 명명했다.

"바람의 계기는 다른 말로 하면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바람이 부는 건 필연입니다. 그 바람이 아이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이란 말은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표현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삶의 모든 것이 다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때, 인간은 그 연결 고리들을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시선으로 포착되는 국면은 한정되어 있지만, 필연은 분명히 서로 연결된 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던 연결 고리들이 순간순간 우리 시선 안으로 포착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걸 우리는 우연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말로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 교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는 이 바람의 계기에 열려 있어야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바람의 계기를 그저 일어날 수 있는 우연으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삶의 주요 요소로 받아들여 주의 깊게 살피고 기꺼이 조우할 때, 가르침과 배움의 여정에서 존재의 성장과 변화라는 값진 결실에 이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성탄절에 열린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마지막 시간. '사랑과 용맹으로 펼쳐 가는 생명의 교육'.
성탄절에 열린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마지막 시간. '사랑과 용맹으로 펼쳐 가는 생명의 교육'.새들마을학교

깊은 사랑으로 엮여진 아기 예수의 탄생

성경은 이 세상을 죄 된 현실로, 인간을 죄 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죄 된 현실에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려고 하나님이 아들을 보냈다고도 하고,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최 교장은 "이 세상이 죄 된 현실이라는 전제에서 하나님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지를 살펴봄을 통해 교육의 문제를 생각해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장은 예수 탄생 사건은 주변 관계의 깊은 사랑과 신뢰로 잉태된 것이라고 짚었다. 성경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해서 독생자를 보냈고, 이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 한다고 진술한다. 하나님은 예수 탄생 사건을 가난한 자와 힘없는 자와 공유했다.

마리아와 요셉, 양치기들과 평생 과부로 지낸 여인 안나, 자식이 없었던 늙은 제사장 부부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하나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며 섬기던 자들이었다. 이후 예수의 구원 사역을 예비하는 자는 권력자가 아니라 죄 된 현실과 싸우기 위해 광야에서 근신하며 하나님을 섬기기만을 애썼던 세례 요한이었다. 이렇게 하나님은 인류와 약자를 향한 사랑으로 죄 된 현실을 극복하려 하셨다고 최 교장은 설명했다. 

마리아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깊었고, 약자와 민족을 향한 사랑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남자를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을 주는 능치 못한 일이 없다 고백하며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나님과 마리아의 깊은 신뢰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잉태 사실을 알았을 때, 마리아는 하나님이 약한 자와 민족의 아픔을 해결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약자들의 삶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고, 억압받고 있는 민족의 굴레를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요셉은 약혼녀가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가만히 관계를 끊고자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다. 천사가 나타나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것과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라고 했을 때, 요셉은 이를 믿고 받아들인다. 하나님에 대한 요셉의 사랑과 신뢰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마리아를 데려와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절제했다. 이런 모습에서 요셉이 하나님에 대해서나 인간에 대해서나 신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최 교장은 말했다.

시몬과 안나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려고 하셨던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리는 게 평생의 사명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민족을 해방할 그리스도를 보기 전까지 죽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받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했기에 아기 예수를 만날 수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동방박사와 목자들은 진리를 향한 사랑에 투철했던 이들이었다. 저 멀리 동방에서 별을 보고 찾아왔던 박사들은 꿈에 천사가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라고 하니 그냥 돌아갔다. 그들은 아이의 초라함에 좌우되지 않았다. 구유에 누인 아기를 외향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진리가 세상적인 외적 기준과 관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

목자들은 구주가 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당장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허름한 강보에 쌓인 아기를 보고도, 그가 그리스도임을 믿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최 교장은 그들 역시 외적인 기준이 아니라 진리를 알아볼 줄 알았다고 했다.  

 별을 보고 찾아왔던 박사들은 아이의 초라함에 좌우되지 않았다.
별을 보고 찾아왔던 박사들은 아이의 초라함에 좌우되지 않았다. 새들마을학교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의 의미

최 교장은 아기 예수의 탄생에서 사랑과 용맹을 읽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사랑의 관계망을 살펴본 것을 토대로 용맹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아기 예수가 처한 현실에 주목했다. 

"예수는 아무 힘도 없는 연약한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최고 권력자인 헤롯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협 아래서 태어났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물리적, 외형적 힘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하나님은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사에 개입해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위험을 막아 주기도 하고 예수 십자가 사건처럼 죽음을 감수하는 것이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 말합니다. 생과 사가 하나님에게 달려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어떤 죽음의 현실도 하나님의 뜻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이 예수 탄생 사건은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은 '이미'와 '아직'의 사건입니다. 이 어린 아이가 뭘 할 수 있습니까? 3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미 왔으나 아직은 아닙니다. 이미 현실화되었다는 믿음의 기반 위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미래가 착실히 다가올 수 있도록 부지런히 미래를 앞당기면서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게 필요합니다."

최 교장은 용맹(勇猛)이 사전적으로는 '과감하고 결단력 있고 사납고 엄격하고 준엄하고 세참'의 뜻을 갖지만, 예수 탄생 사건을 통해 용맹이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용맹은 외적 기준에 좌우되지 않고, 내 생의 주관이 인간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없음을 믿으며, 현실로 실현되고 있는 것을 감사와 경외로 받아들이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기다릴 줄 알면서 부지런히 현실로 받아들이고 도래시켜 내며 살아가는 힘입니다."

사랑과 용맹으로 펼쳐 가는 생명의 교육

최 교장은 반생명적 질서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생명의 교육을 고민하고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맹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를 둘러싼 불의한 질서와 권력, 문화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생명의 질서와 생명의 권위, 생명의 문화에 과감히 우리 자신을 순종시켜 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비판해도 안 되고,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있어도 안 됩니다. 지금 나 자신을 과감하게 순종시켜 내는 것만이 세상의 어두운 현실과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될 겁니다. 이러한 순종의 삶은 오로지 뜨거운 사랑이 있을 때만 생생(生生)할 수 있습니다.

생생하다는 건, 끊임없이 창조된다는 뜻이며 생기 있고 활발한 것입니다. 이 뜨거운 사랑이 있을 때만, 악이 편만한 현실 속에서 우리 자녀들과 학생들이 참되고 옳은 길로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최 교장은 사랑과 용맹으로 생명의 교육을 펼쳐 가기 위해 '바람의 계기'에 열려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준비한 것만 가르치는 행동은 바람의 계기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교실 안에서는 변수가 수도 없이 일어나는데, 이를 배제하고 교사가 준비한 것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장은 교사가 성실히 준비한 상태에서 수많은 변수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바람의 계기와 조우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우리의 교육에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말했다. 바람의 계기에 열려 있는 자세는 교실에서뿐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일, 사귐을 해 가고 어떤 일을 맡아 해결해 나가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람의 계기에 열려 있는 자세는 부모와 교사가 가진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하는 거라고 최 교장은 설명했다. 가르치는 자는 완벽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한계를 안고 있다. 가르치는 이의 한계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채워 줄 누군가와의 만남이 있다는 걸 믿는 자세는 부모와 교사에게 위로를 준다. 최 교장은 이 바람의 계기를 배제하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교사가 결국 학생을 한계 있는 교사의 틀 속에 가두고 권위로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은 바람의 계기가 되어 뜻하지 않은 기쁨을 준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은 바람의 계기가 되어 뜻하지 않은 기쁨을 준다. 새들마을학교

바람의 계기로 포착되는 사랑의 통치

"그렇다면 성탄절의 의미와 바람의 계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예수 탄생 사건은 '사랑의 힘이 이 땅을 구원하고 통치하려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초청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죄 된 현실이 있지만, 죄와 고통을 극복하려고 하는 신의 힘이 이 땅에 작용하고 있음을 말하는 게 바로 예수 탄생 사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사랑의 힘이 인간 세상을 구원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더 이상 희망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도 우리를 구원하려고 하는 사랑의 힘이 분명 존재하고 필연으로 작동할 거란 얘기입니다."


최 교장은 이런 사랑의 필연이 우리 이해로는 포착되지 않은 무수한 바람의 계기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아이들이 문제가 생기고 걱정이 되더라도 이 걸음을 극복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돕는 계기가 발생할 거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연히 발생하는 것 같은 선한 계기를 조우하기를 기다리고, 때를 만났을 때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과 용맹으로 펼쳐 가는 생명의 교육은 사랑의 힘이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해 줄 거라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할 거라고 최 교장은 힘주어 말했다. 

바람의 계기와 함께 춤추는 배움, 새들생명울배움터

강의를 마치고, 최 교장은 새들마을학교가 2015년부터 새들생명울배움터로 새롭게 태어나게 됨을 알렸다. 참석자들이 생명의 교육을 고민했던 12주 동안의 배움은 새들생명울배움터의 정신으로 수렴됐다.

 참석자들이 새들생명울배움터의 교육 이념을 함께 읽고 있는 모습.
참석자들이 새들생명울배움터의 교육 이념을 함께 읽고 있는 모습. 새들마을학교

새들생명울배움터는 가르침과 배움의 길이 인간의 삶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임을 고백한다. 따라서 '학교'라는 기관으로서 제한된 '교육의 장'의 의미를 벗어나, '사랑의 공동체적 관계'로서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그 길을 모색하고 창조해 가는 확장된 '교육의 장'을 구성해 가고자 한다.

새들생명울배움터는 모든 인생의 삶은 신뢰와 우정과 사랑으로 가르침과 배움의 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물질과 권력이 우선되는 삶을 단연히 거부하고, 사랑으로 표상되는 '인격적 존재'(바람의 계기)에 대한 감사와 존경으로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이 여정에 들어서는 모든 이들이 참된 자유와 사랑이 실현되는 만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새들생명울배움터는 끊임없이 당대 지배이데올로기가 노정하는 반생명적 흐름에 갇힐 수밖에 없었던 고인 물에서 거듭 자유로이 탈피하여, 진정으로 삶의 길을 묻고 진리를 실천하며 살아가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펼쳐 갈 배움과 가르침과 삶의 교육의 장이 되고자 한다. 특정 권력이 재생산해 내는 자기 이익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어리석게 복속되지 않고, 가뿐하고 담대히 생명의 교육과 삶을 사랑하며 펼쳐 가고자 한다.

생명의 교육, 함께 머무는 자리

새들생명울배움터의 교육 이념을 공유한 뒤, 참석자들은 그간의 배움을 시와 편지, 노래와 연극으로 표현했다. 또 각자 느낀 소감을 나뭇잎에 적어 '생명의 교육, 길을 만나다' 나무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각자 느낀 소감을 나뭇잎에 적어 '생명의 교육, 길을 만나다' 나무에 붙였다.
참석자들은 각자 느낀 소감을 나뭇잎에 적어 '생명의 교육, 길을 만나다' 나무에 붙였다. 새들마을학교

'이달님'님은 "내가 진리를 향해 다가가고자 하는 것만큼, 어쩌면 더 간절히 진리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 진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믿는다"고 적었다. 이윤주님은 "삶과 교육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삶의 모든 영역이 교육과 연결됨을 배우게 되었다"며, "또한 그 모든 연결이 지금까지의 삶을 살게 했음을 깨달으며 누군가의 생을 살리는 삶을 살게 되길 소망한다"고 썼다.

석현수(16) 학생은 "너라는 존재와의 관계로 나는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모여 하나로 만나 공동체를 이루어 기쁘다"고 했다. 김별님은 "세월호 사건의 2014년. 참혹한 처참한 땅에 피어날 꽃은 깊은 사랑의 교육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빛을 보았다"고 했다. 김재광님은 "곁에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교육의 본질을, 생의 본질을 샘솟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재호님은 첫 번째 시간 최봉실 교장의 '충의 만남' 강의를 기억하며 느낀 바를 시로 함축했다. 이를 소개한다.

 이재호님은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첫 시간 '충의 만남' 강의를 기억하며 느낀 바를 시로 함축했다. 이재호님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이재호님은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첫 시간 '충의 만남' 강의를 기억하며 느낀 바를 시로 함축했다. 이재호님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새들마을학교

함께 머무는 자리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입니다.
당신 눈 속에 나를, 내 눈 속에 당신을
서로에게 알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
아름다운 당신을 찾는 길에서
외려 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아름다움은 지구별에도 달나라와 별나라에도
평화 속에도 전쟁 중에도 풍요와 가난
그리고 사랑과 증오 속에서도 감출 길 없으나
두려움과 무관심의 세상에서는 피어날 수 없습니다.
만남은 두려움 속에 뿌리내릴 수 없고
무관심 위에 싹 틔우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너를 만나지 않고 나를 알아 갈 길 없어
앎은 대상을 초대합니다.
당신을 알고 싶다. 당신은 '앎답다'(아름답다).  
고백 후에 더 깊은 당신을 알아갑니다.
생각과 마음을 꿰뚫는 힘으로
치우침 없는 온전함으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꽃 속에 피어나는 꽃처럼
나는 그대 안에서 또 다른 나로 피어납니다.
한겨울의 추위가 따스한 온기를 허락하고
여름철 무더위가 냉수 한 그릇의 시원함을 주듯
나는 치열한 우리의 만남 속에서
당신과 나를 발견해 가는 기쁨을 누립니다.
열매를 위해 꽃은 지고 새 생명 틔우려 열매는 썩어집니다.
진정 너를 위하고 진정 나를 위하는 것은
행여나 겪게 될지도 모르는 단절의 아픔조차도
함께 누렸던 지난 행복의 일부인 것처럼 여길 때 가능합니다.
배움은 본질을 향한 여정.
이 길에 당신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하루도 죽어 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곁에 당신이 있어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고난이 다르지 않음을...
일생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
행복과 고난의 양날 검을 온몸으로 익혀 내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 맺고 싹이 트고 다시 꽃이 피듯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나와 너를
온전히 알게 될 그날을 힘써 기다립니다.



 매 시간 함께 불렀던 '터'라는 노래로 중창 공연을 하는 참석자들. 홍익인간으로 이어지는 우리 교육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순간이었다.
매 시간 함께 불렀던 '터'라는 노래로 중창 공연을 하는 참석자들. 홍익인간으로 이어지는 우리 교육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순간이었다. 새들마을학교

 참석자들은 그간의 배움을 정리하며 연극으로 12주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연극의 한 장면.
참석자들은 그간의 배움을 정리하며 연극으로 12주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연극의 한 장면. 새들마을학교

 연극 공연에 함박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참석자들.
연극 공연에 함박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참석자들. 새들마을학교

 축제의 시간, 참석자들이 연극 공연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
축제의 시간, 참석자들이 연극 공연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 새들마을학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들마을학교 홈페이지(club.cyworld.com/saedeulmaeu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들마을학교 #교육문화연구학교 #교육 #새들생명울배움터 #열린도시연구소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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