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아원 강은숙 원장.
김지영
- 아이들이 다섯 살 때까지 있다고 했는데 그 전에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해서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나요?"지금은 입양되는 경우가 소수입니다. 대부분은 다른 시설로 전원되는 한계가 있어요."
-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인가요?"입양특례법 이전에는 대개가 갔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많이 바뀌었죠. 법 이전에 입양 가던 35% 정도만 입양을 갑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남자 아이거나 발육이 느리거나 장애가 있으면 입양이 안 되고 간혹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에도 입양을 못 가는 경우가 생겨서 많이 안타깝죠. 특히 남자 아이들이요. 요즘은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게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이에요."
입양 대상에 대한 여아선호는 입양특례법 이전부터 있어 왔던 현상이었다. 2012년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과거 입양부모와 입양기관이 중심이 된 신고제가 법원의 허가제로 바뀐 것이 첫째다.
둘째는 출생 신고다. 입양을 보내기 위한 필수 서류에 출생신고를 통한 가족관계등록이 포함되면서 많은 미혼모들과 가족들이 이를 꺼리게 된다. 이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신생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와 연계해서 나타난 또 다른 부작용이 주로 인터넷을 통한 불법입양이다.
마지막 세번째 특징은 입양숙려기간제 도입이다. 출생 후 일주일 동안 입양을 보낼 수 없도록 하고 좀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입양특례법에 대한 문제는 추후 다른 지면에서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 5살 이후에 보육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양육 의사를 밝힌 부모들한테 연락하지요?"하지요. 그런데 일단 맡겨 놓으면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 엄마들도 아기를 낳을 때는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 본능적인 거니까요. 아이를 맡겨 놓는데 핸드폰 요금도 못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요. 이런 상황에서 설사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제대로 양육이 될 거냐는 문제도 있는 거죠. 이 일을 30년 해왔는데 가장 무서운 현상이 이런 문제죠. 생모 대에서 끝나야 하는데 대물림된다는 거죠."
- 여기는 비교적 시설이 좋아 보이는데요. 가정 같은 분위기라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긴해요. 그래도 부모 밑에서 지내는 것과는 좀 다른 면이 있겠죠?"가정에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요. 저희 아이들은 보육사를 엄마라고 불러요. (주로 여성들만 근무하다 보니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도 대상도 없죠. 다행히 우리집 식구라는 개념은 알죠. 또, 같이 있는 아이들이 형제가 아니란 것도 알아요. 아이들은 수시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커가야 하는데 한쪽만의 사랑으로 자란다는 게 한계죠."
- 원장님은 아이들이 빨리 입양되기를 바라시겠네요? "저는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 보호의 한계점을 알아요. 필요한 아이에게 시설이 좋은 점은 있지만, 부모하고 같이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해요. 원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나만 봐달라'고 '나를 좀 봐주세요'라고 하잖아요. 시설에서는 한 보육사가 네 다섯 명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가정은 다르잖아요. 어차피 생부모 품으로 못 갈 상황이면 차선책으로 입양이라도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죠. 지난 30년 동안 그 생각으로 일했어요."
- 입양과 관련해서도 많은 일을 하시는 걸로 들었는데요."모든 입양아동은 자기의 뿌리, 역사를 알고 싶은 기본 욕구가 있어요. 저는 거기에 초점을 뒀어요. 아이들이 언제든지 여기 와서 자기 뿌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했거든요.
2001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해외로 입양 간 아이들 중 매년 두 명을 초청해서 3주 정도 여기에 머물다가 가요. 나이가 보통 열아홉에서 스물다섯 내외인데 지금까지 스물아홉 명이 왔다 갔어요. 반응이 좋아요. 설령 생부모를 못 만났어도 와서 자기 후배 같고 동생 같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시설을 보고 아이들 지내는 것 보고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나도 이렇게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잖아요. 입양을 갔던 게 행운이었다는 생각도 하고요. 여기 어린 엄마들(영아원과 함께 미혼모자시설도 함께 운영중이다)이 있잖아요. 나를 낳아 준 엄마는 아니지만, 간접 경험을 하는 거죠. '이 엄마들 보니 입양을 보낼 때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내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진짜 마음이 아팠겠구나'라는 그런 느낌을 받는 거죠.
이런 식으로 아이가 자기 뿌리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확인을 하는 행위가 굉장히 중요해요. 자아정체감 형성에 아주 좋은 도움이 되거든요. 입양아동이나 시설아동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2003년부터 '낳은엄마 기른엄마 열린프로그램' 시작 - 왜 그럴까요?"자기를 모르니까. 자기 뿌리를 모르니까요. 아무리 입양부모가 잘해줘도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생모에 대한 의문이 있는 거죠. 일하면서 그런 안타까운 상황들을 자주 목격하고 또 아이들 심정이 되어 생각을 하다가 생모와 입양모가 만나는 일명 '낳은엄마 기른엄마 열린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시작을 했어요. 당시에는 공개입양도 잘 모르던 때라 국내에 일으킨 반향이 컸죠."
국내에서 공개입양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중반부터다. '낳은엄마 기른엄마 열린프로그램'은 이전 비밀입양에서 진전된 공개입양을 뛰어넘어 입양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개방입양에 대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입양선진국은 생모와 입양가족의 만남과 교류가 당연하게 인식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개입양조차도 상식이 되지 못한 실정이다.
- 실제 낳은 엄마 기른 엄마가 만난 사례가 있나요?"2014년까지 11년 동안 100건이 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