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책 표지
한울아카데미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볼 때, 기자는 감각세포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안팎의 자극을 느끼고 위기상황을 경고하는 감각세포는 유기체의 존속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기자 역시 이와 같다.
한 사회의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를 드러내 알림으로써 사회가 지속되는데 중차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을 최전선에서 접하고 진실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며 사회의 지속, 나아가 변화를 위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기자는 기사를 통해 말한다.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TV나 라디오 등 매체의 특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자에게 기사쓰기란 축구선수에게 공을 차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행위다.
<한국일보>에서 30년 간 근무하며 글 잘 쓰는 기자로 명성을 얻은 박래부 씨의 책 <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는 말 그대로 좋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전부가 아니고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며 주의를 환기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바로 '문학적 글쓰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의 전달이 내용이며 그것을 풀어내는 문장이 형식이기에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좋은 기사가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부 기사부터 스케치와 르포르타주, 인터뷰, 문화부·체육부·정치부·경제부 기사, 사설과 칼럼쓰기 등 사건과 상황에 따른 기사쓰기의 노하우를 대략적으로 풀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기자란 논리적이고 냉철하며 준엄하다가도 냉소적이거나 해학적으로, 속도감 넘치면서도 여유있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능력을 연마하기 위해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구양수의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多讀 多作 多想量)'는 경구를 언급하고 시나 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자주 접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기사의 힘이 문장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장력이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에 책을 통해 비기를 전해주기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감수성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데 관심을 집중한다. 책에는 언론 현장에서 문학적 글쓰기를 실천해 온 저자의 노하우 뿐 아니라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험까지가 녹아있는데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 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국민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문장을 가르치며 접한 학생들의 글부터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언론사의 참고할 만한 기사들, 유명 작가들의 시와 수필이 수록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예문으로 실제 기사와 학생들의 글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비평을 통해 독자가 저자로부터 직접 첨삭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231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이기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엔 그 구성이나 깊이에서 여러가지 제약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이 이대로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멋진 패션을 위한 센스쟁이의 옷입기'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든 독자가 TPO(Time, Place, Occasion: 때와 장소, 경우에 맞게 의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원론적 방법론에 만족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책을 찾는 독자들 역시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원론적 방법론은 이미 이 책이 아니더라도 수도 없이 나와 있을 것이기에 책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실용적 지침서가 되었어야 마땅했다. 기사쓰기와 문학적 글쓰기 방법론을 엮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질과 양 모두에서 의미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책은 어디까지나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제언과 가벼운 첨삭사례를 모아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30년 기자 생활에서 몸으로 익힌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한 사례와 함께 담기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충족받지 못했다고 적는다.
머리말에서부터 오자를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것 이상의 단점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이름있는 전직 기자가 저널리즘 문장론이란 거창한 부제를 달고 펴낸 책 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경제부 기사쓰기와 관련해 '사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만의 개성있는 문장으로' 작성하라는 조언을 끝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모호하고 허술하게 느껴졌다.
경제부 기사와 문학적 글쓰기가 어떤 지점에서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저자가 생각하는 경제부 기사작성 관행의 발전적 대안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울 만큼 모호하게 넘어가는데 이와 같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도 책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은 독자라면 2만 원 가까운 얄팍한 책을 사서 읽는 것보다 차라리 박래부씨의 지난 칼럼과 기사들을 찾아 읽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보다는 좋은 시와 수필을 찾아 읽고 직접 글을 쓰며 오래 생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 (반양장) - 저널리즘 문장론
박래부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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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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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 박래부가 말하는 좋은 기사 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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