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나라의 국호... 왜 '대한민국'일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10] 大

등록 2015.02.17 14:50수정 2015.02.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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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 큰 대(大)는 사람이 양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에서 크다는 의미가 생겼다.

큰 대(大)는 사람이 양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에서 크다는 의미가 생겼다. ⓒ 漢典


지난 2006년, 중국 CCTV가 제작 방영한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당시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제작진은 마지막 12부에서, 중국위협론을 우려한 듯한 결론을 내렸다. 전편에 소개된 서방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더라도 도를 행함에 보다 사려 깊고 신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전>에 나오는 이 말이 <대국굴기>에서 소개된 후, 시진핑 체제에서도 국가이념으로 자주 증장하는 말이다. 깊게 생각하고, 폭 넓게 수용하여, 최고의 정치 이상인 '대도'를 더 멀리까지 실현하겠다(大道行思, 取則行遠)는 포부이다.

사대주의의 역사, 소중화 사상의 오류

지난 역사를 현재의 시점과 가치에 따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이에 대한 논란이 없진 않지만,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 중 하나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바로 사대주의(事大主義)이다. 조선 건국의 3대 이념에도 포함된 사대주의는 중국어 사전에도 소개되고 있다. 조선의 외교정책으로, <맹자>에 나오는 "오직 어진 자만이 큼에도 작음을 섬길 수 있고, 오직 지혜로운 자만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섬길 수 있다(惟仁者, 爲能以大事小, 惟智者, 爲能以小事大)"는 말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소국을 섬긴 대국의 사례는 찾기 어렵다. 크고 센 것의 막강한 힘 앞에 작은 것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자주적, 전략적 실용노선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고 자처하며 자신의 정체성마저 부정한 조선의 일부 지식인들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큰 대(大, dà)는 사람이 양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이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형태라는 점에서 크다, 훌륭하다, 최고 등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크다는 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 점을 찍어 만든 클 태(太) 등 큰 대자에 한 획을 더해서 만들 수 있는 글자인 天, 夫, 夭, 犬 등도 대체로 높고 크다는 의미를 지닌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이지러진 것 같고(大成若缺), 가장 가득 찬 것은 마치 비어 있는 듯하고(大盈若冲), 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大直若屈),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고(大巧若拙), 가장 말을 잘하는 것은 더듬는 듯하다(大辯若訥)"고 말했다.


여기서 대(大)는 모두 최고의 경지를 말한다. 사람이 두 팔을 벌려 크다는 의미가 된 것처럼 최고의 경지를 이루려면 이지러짐도, 텅 비어 있음도, 굽음도, 서투름도, 더듬거림도 모두 두 팔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를 포용하는 자연스러운 완성을 이뤄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호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이다. 중국 친구들은 가끔 영토는 작은데 국호가 너무 거창하지 않냐 며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영토나 경제지표가 한 나라의 크고 작음을 결정하진 않는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이 그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갖는다면 진정 큰 나라,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
#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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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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