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어원, 어쩌면 이 글자에서?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11] 歲

등록 2015.02.18 18:23수정 2015.02.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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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歲 해 세(歲, sui)는 갑골문에서 보듯 도끼의 상형처럼 보인다.

해 세(歲, sui)는 갑골문에서 보듯 도끼의 상형처럼 보인다. ⓒ 漢典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는 풍습이 되었지만, 신부의 예물을 함에 담아 함 팔러 가던 시절이 있었다. 실랑이 끝에 신부의 집 대문에 들어서면 입구에 쪽박이 놓여 있는데 함진 애비는 그것을 발로 힘차게 깨뜨리고 들어가야 한다. 액운을 깨뜨려 멀리 내쫓는다는 의식이다.

해마다 평온하길 기원한다는 뜻이 세세평안(歲歲平安)인데, 이때 세(歲)의 발음이 깨뜨린다는 쇄(碎)와 같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다.

중국 식당에서 깨진 컵이나 접시를 새 걸로 바꿔달라고 하면 뭐 이런 걸 다 요구 하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중국인들은 조금 깨진 것에 대해 평안을 가져온다고 믿으며 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해 세(歲, suì)는 갑골문에서 보듯 도끼의 상형처럼 보인다. 1년 단위로 도끼로 곡식을 베는 것에서 한 해의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또 소전체에서는 걸음 보(步)와 도끼 월(戉)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개 술(戌)이 결합된 형태인데 지금까지 걸어온 걸음을 도끼로 잘라 재단하는 것이니 곧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셈이다. '설'이란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그 어원에 대한 주장이 분분한데 나이를 셀 때 '세, 살'로 표현하는 것처럼 설도 이와 비슷한 음운의 변화를 겪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설문해자>에서 허신은 세(歲)를 목성(木星)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목성의 공전주기가 12년이라는 데에서 12지가 생겨난 것에 착안하여 띠가 바뀌는 단위를 세(歲)로 보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목성을 세성(歲星), 태세(太歲)로도 부른다.

중국어로 세뱃돈을 압세전(壓歲錢)이라고 하는데, 세(歲)와 발음이 같은 수(祟)라는 괴물이 섣달그믐 밤에 나타나 아이의 머리를 만지면 열이 나면서 바보로 변했다고 한다. 한 집에서 아이의 머리맡에 8개의 동전을 매달아 두었더니 그 빛에 괴물이 놀라 달아난 것에서 괴물 수를 물리치는 돈이라는 뜻의 세뱃돈이 생겨난 것이라 한다.

새해 떡국을 먹으면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괴물 같은 세월은 우리 곁에 머물러 주지 않고(歲不我與) 늘 떠나가며 우리를 나이 들게 한다. 중국인들은 포청천이 어려운 판결을 맡아 거짓으로 죽은 척 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나이인 45세, 공자가 죽은 73세, 맹자가 죽은 84세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 성인도 피하기 힘든 어려운 나이라서 입에 담기를 피한다는 것인데, 내년이 46세, 작년이 72세 등으로 표현한다.


맹자는 흉년이 들어 사람이 굶어 죽는데 곡간을 열어 구하지 않고 세월이 그렇다(非我也, 歲也)고 핑계를 대는 사람에게 사람을 칼로 질러 놓고 내가 죽인 게 아니라 칼이 죽인 거라 할 거냐고 반문한다. 어찌 세월이 유수처럼 빠르다(歲月如流)고만 탓하랴. 도끼로 잘 재단해 정리하고, 또 그 물가에 심을 새로운 씨앗을 준비하는 밖에.
#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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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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