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야생난은 봄이라고 어김없이 꽃대를 올리고 있다.
이상옥
지난 8일 오후, 애견을 데리고 뒷산에 올랐을 때 본 것이다. 어떤 녀석은 이미 벙그러졌다. 하도 기특하고 신기해서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실상, 나는 집안에 난분을 키우며 꽃대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봄에는 한 녀석도 꽃대를 올리지 않는다. 내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탓이겠지만, 나름대로 영양제도 공급했다. 비좁은 실내지만 그 녀석들이 얼지 않게 보살폈는데 웬걸 꽃대 하나 피우지 못한 것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야생란은 스스로 추위를 견디며 봄이라고 어김없이 꽃대를 올리고 있는데 말이다.
요즘, 자녀들을 너무 과보호하는 부모가 가끔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유약한 젊은이들도 있다. 그들은 온실 속에 크는 난처럼 스스로 비바람도, 햇볕도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아 새삼 우려스럽다. 너무 시련 없는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다들 은퇴한다고 이슈가 되고 있다. 정말 이슈가 될 만하다. 그들은 전쟁 직후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대부분 야생란처럼 스스로 고난을 이기며 꽃을 피워온 것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 맞다.
일부러 고난을 자처할 필요는 없겠지만, 시련이 있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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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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