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 내부고발로 해고 당한 정진극씨.
이희훈
지난 3월 24일부터 이틀간 권은희 의원실에서 정전극씨를 만났다. 업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내부 고발 전후로 벌어진 악몽 같았던 시간들을 화이트보드에 적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소송 자료가 담긴 파일들을 보여줬다. 그중 상당수는 동료 직원과의 대화를 녹취한 것이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모은 것들이었다.
1982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난 정씨.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난 2009년 9개월간 포스코 본사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했다. 그는 포스코의 기업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일례로 인턴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직장 상사가 비위행위를 하면 신고할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신고하겠다'고 답했다. 합격한 뒤 인턴 동기들에게 물었더니 모두 '신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인턴 경험을 통해 그는 포스코에 꼭 입사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010년 4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에 입사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했을 때, 눈앞에는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질을 일삼는 부장을 만나면서 회사 생활은 지옥으로 변했다. 내부 고발을 했지만 해고당했다. 그는 다윗과 같았다. 조직과 자금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상대로 홀로 싸웠고 승리를 이뤄냈다.
- 회사와 합의를 꼭 했어야 했나요. 합의 안 하고 대법원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물론 대법원에서도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게 걱정이었어요. 2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을 견디기가 어려웠어요. 회사와 합의함으로써 저 같은 내부 고발자가 승리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고발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내부 고발자가 회사나 조직을 상대로 승리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죠?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아요. 고발자는 개인이지만, 회사는 대형 로펌을 등에 업고 있어 훨씬 유리하거든요. 내부 고발자들이 증거를 잘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또 사소하고, 엉뚱한 일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고발 준비로 인한 휴가 사용, 지시 불이행 등. 고발을 하려면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해요."
- 또 다른 '내부 고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안타까워요. 제가 호루라기재단에서 내부 고발자들을 상담했는데, 대부분 해고되거나 관련 소송이 다 끝난 분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죠. 신고하기 전에 시민단체나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내가 신분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 증거 보전 방식은 무엇인지, 신고를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찾아가는 것이죠. 정말 준비를 많이 해야 해요."
- 최근 포스코건설의 비리로 임직원 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얼마나 많은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덮어졌을까 생각해요. 동반성장 실적 조작에 대한 신고도 포스코 본사(정준양 회장)에 했지만 결국 묵살된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비리나 부정을 신고했지만 덮이는 게 현실이에요. 이번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도 감사실에서 혐의를 포착했지만 그냥 넘어갔거든요. 포스코가 비윤리센터를 갖추고 있다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그의 현재] "내부 고발자 굶지 않게 법률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