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조용한 절망... 그 소박한 이야기

[리뷰] 한 남자의 일대기, 존 윌리엄스의 장편 소설 <스토너>

등록 2015.04.14 15:53수정 2015.04.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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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정식으로 종신교수로 채용되고, 매력적인 배우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그 사이에서 귀여운 딸아이가 태어났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보아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한다. 해고당할 염려 없는 안정적인 직장, 월세나 전세에 대한 걱정 없는 자신만의 주택, 건강하게 성장한 자식과 손자 등.

이렇게 살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가 남을지 모른다. 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내가 좀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좀 더 이해심이 있었더라면,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건 간에,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일에 빠져드는 것이다.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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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스토너>(존 윌리엄스 지음 /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 2015.01 / 1만3000원) ⓒ 알에이치코리아

존 윌리엄스가 1965년에 발표한 장편 <스토너>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가 작품 속에서 바로 그런 인생을 살아간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작품은 주인공 스토너의 인생을 탄생에서 죽음까지 잔잔하게 따라가고 있다.

윌리엄 스토너는 1891년 미주리 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다. 농가에서 태어난 만큼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온갖 일들을 하면서 성장해야 했다. 아버지는 희망 없는 눈으로 농사일을 하면서 근근이 가족들을 먹여 살렸고, 어머니는 삶을 인내했다.

스토너는 우리에 있는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닭들이 낳은 작은 달걀을 챙겨야 했다. 시골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온갖 일들이 채워져 있었다. 스토너는 외동아들이었고, 집에는 별다른 일꾼도 없었다. 때문에 가족들을 묶어주는 것은 힘겨운 농사일이었다.


스토너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그는 대학교 입학을 제안 받는다. 콜롬비아 대학교 농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스토너와 부모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제 스토너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동시에 힘겨웠던 농사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스토너의 앞날에 서광에 비치기 시작한 것일까?

주인공이 바라보는 희망과 절망


작품은 스토너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당시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스토너도 겪게 된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대공황 등. 그 와중에 스토너도 대학에 교수로 채용되고, 결혼도 하지만 결코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그 격동기에 세상과 자신의 조국이 병들어 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증오와 의심이 일종의 광기가 되어서 전국을 휩쓸어가는 광경을. 젊은이들이 무의미한 파멸을 향해서 행진하며 전쟁터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렇더라도 그 당시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스토너도 변해가는 시대의 풍경을 조용히 수동적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동시에 서서히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바라본다. 육체가 늙어 가면 열정도 시들어가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에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열정은 죽어버린다. 사랑을 원하고 실제로 사랑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지혜를 생각하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어리석음이었다. 또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바라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작품 속의 스토너는 그다지 행복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행하지도 않았다.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스토너와 같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스토너>(존 윌리엄스 지음 /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 2015.01 / 1만3000원)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


#스토너 #존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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