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2'서울의 추억, 동대문'에 관한 팟캐스트를 녹음한 배우 문성근
장기훈
지난 2013년부터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채록하는 사업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1927년부터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부터 김두한의 양복을 직접 제작했다는 종로의 어느 양장점까지, 서울에 사는 시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에 모았다. 지난 3년 동안 참여한 사람만 1000여 명. 모인 에피소드만도 1500개가 넘는다.
작년부터는 '서울을 기억하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를 정해 '서울의 추억, 동대문',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 '서울의 환희, 2002월드컵'에 관한 기억을 채록했다. 이 중 동대문에 관한 기억에 <동대문운동장,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의 저자이면서 야구 칼럼니스트인 김은식(42)씨, 동대문운동장 보존 캠페인에 참여한 체육시민연대 소속의 허정훈(45)씨, 중학교 때 핸드볼 선수로 동대문운동장에서 직접 경기를 했던 김희웅(56)씨 등 25명이 참여했다.
작년 8월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 75개의 에피소드가 모여서 오는 26일에 드디어 2차 콘텐츠인 팟캐스트가 문을 연다. '동대문'라는 제목으로 총 3부로 제작된 이번 팟캐스트에서 문성근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소정의 거마비만 지급하는 조건(?) 때문에 그냥 홍보대사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자 당대표를 역임했던 정치 거물급 인사였기에 약간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내레이션이 진행되던 두 시간 내내 그의 모습을 본 필자는 오산이었음을 깨달았다.
"흠…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보다는… 이건 어떨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가장 보통의 당신'이 더 나을 것 같아요."읽어야 할 원고 분량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로 깨알같은 대본을 수차례 반복해 읽었다. 빨간 플러스펜은 어느새 원고를 너덜너덜하게 만들 정도였으며, 자신의 입에 감길 때까지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을 수 년간 맡은 그가 아니었던가? 단순한 직업의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마치 본능의 움직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