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천2013년 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로 매일 야외운동을 나갈 수 있었다.
강상오
2013년 12월 29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한 입원을 하루 앞두고 있다. 4주간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하고 최근 2주간은 저요오드식을 해왔다. 그동안 신지로이드 중단 부작용에 시달리며 힘들어 했는데 이제 2박 3일간의 입원만 잘 견디면 건강한 몸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하면 평소보다 피로를 더 잘 느낀다. 그리고 빈혈, 소화불량, 울렁거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부작용이 생기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진다. 그냥 하루종일 누워만 있고 싶다. 그렇게 했다가는 체력이 더 떨어질 게 분명하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 시 체력이 저하돼 더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해 힘들어도 평소 하던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한 지 24일째 되던 날도 평소와 똑같이 야외 운동을 나갔다. 이날은 크리스마스였고 한 겨울인데도 유난히 따뜻한 날들이 이어졌다. 낮에는 기온이 10도 내외여서 야외 운동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날씨였다.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한 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다. 격일로 하루는 등산, 하루는 공원 산보를 했다. 신지로이드 복용 중단을 한 뒤로는 무리한 등산은 하지 않고 평지인 공원 산보만 했다.
집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동네에 있는 공원을 걷고 돌아 오면 약 1시간이 걸린다. 이날도 공원 끝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다음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오기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빈혈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심한 빈혈이 온 적은 없었는데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지고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아직 집까지는 빠른 걸음으로도 20여분을 더 걸어 가야하는데... 도저히 걸을 수 없어 공원 벤치에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몇 달간 꾸준히 운동을 해온 터라 이제는 뒷산 약수터까지도 쉬지 않고 단번에 올라갈 정도의 체력이 되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어 버리다니. 운동 나올 때 지갑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터라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갈 수도 없기에 걸어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숨을 고르며 빈혈이 사라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잠시 뒤 조금씩 회복되었고 살살 걸어서 집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행복한 연말 연시...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