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표씨의 작업장 가는 길은 나무와 풀들로 둘러 싸여 있다.
이희훈
그 옆 작업장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은은하게 붉은 기운을 띤 진달래석도 있고, 김씨의 후배가 작업장에서 갖다 준 이름 모를 돌도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모나고 울퉁불퉁한 돌이다. 이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첫 작업은 쓰임새에 맞게 자르는 일이다. 판잣집처럼 대충 엮은 그의 야외 작업장 둥근 그라인더는 돌가루로 뒤덮여 있다. 힘겨운 작업의 흔적이다.
"난 이 돌이 다이아몬드보다 좋아. 조선 사람의 정감이 있고, 자기 생긴 대로 쓰임새가 있지. 내 구도대로 깨고 쪼개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다루면 자기 결대로 쪼개져. 고기처럼 부위도 있어. 목살, 안창살, 심지어 뼈까지 있어. 그 부분은 나무옹이와 비슷한데, 단단하고 얇은 심이 무더기로 박혀있지.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결과 살이 모두 다른 이 녀석들이 내 보석이야. 하하하." 그는 닭장을 지나 낙관 마무리 작업장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각종 전선줄과 돌을 깎는 기구들이 가득한 그곳 역시 창고에 가까웠다. 그가 의자에 앉아서 불을 켜니 '고독한 예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각칼과 사포, 오래된 스탠드와 스피커 그리고 잘려나간 돌조각. 의자 정면에는 아궁이만한 구멍이 있었다. 돌가루가 소복하게 쌓였다. 손으로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부드러웠다. 그는 매일 그 아궁이 앞에서 옥석과 진달래 석에 누군가의 이름을 새겼을 것이다.
"돌의 살코기를 싹 발라내다가 나무의 옹이와 같은 딱딱한 심이 나오면 절대 피해갈 수 없어. 그 부분은 무지하게 단단해. 거기에 색감이 다 들어있어. 그런데 요만한 거(자기 검지를 들어 보이며)로 작업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돌 전체를 버려야 해. 단단한 칼로 힘의 안배를 달리해서 파야하지. 힘을 너무 주면 글자의 한 획이 떨어져 나갈 수 있어."가장 강한 쇠, 가장 강한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