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
공갈만
이 사건의 살해 동기인 '부녀 성관계'도 의문이다. 부녀 성관계는 검찰 공소사실의 근간이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백희정씨가 아버지 신체 특징인 '포경 여부'를 알았다고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렇다)와 X(아니다)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답하면 되는 문제였다.
즉, 부녀 성관계를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는 '부녀 자백'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백희정씨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지속해서 당해왔다면, 왜 백희정씨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살해 대상으로 삼았을까? 이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인 백희정(막내딸)의 입장에서 피고인 백경환(아버지)은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인 만남으로 맺어진 이성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중략) 증오와 함께 (중략) 싹트는 이성적 사랑이 혼재된 것이라는 점입니다.'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녀의 감정에는 '성범죄 피해자로서 느끼는 증오와 함께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면서 싹트는 이성적 사랑이 혼재'됐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게 가능할까?
성폭행 사건은 형사합의부 주요 사건이다. 형사 합의부 경험이 풍부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그는 이런 관계가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성폭행만 당했다고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딸 입장에서 아버지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밀접한 관계일 때 이런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의지 항목에는 '경제적 원조'도 포함이 된다. 그렇다면 백희정씨는 아버지로부터 어느 정도의 경제적 원조를 받았을까?
경찰은 아버지에게 '막내딸에게 용돈을 주는지' 물었다. 막내딸이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벌면서부터는 달라고 하면 '1~2천 원' 정도는 준다고 했다. 그전에는 한 달에 주는 용돈이 평균적으로 5만 원이 안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백희정씨가 아버지를 살해하지 못하는 까닭을 군대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혐오의 대상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아버지라는 넘지 못할 벽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자살로 연결시키는 것이 보통입니다. (중략) 실제로 군대에서 구타를 당한 사병은 상대방인 선임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보다는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형사 합의부 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이런 논리에 동감했다. 단, 아버지가 집안에서 아주 강한 존재이고, 상하 계층 관계가 굳어진 경우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경우 상대를 '살해'하기보다는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척, 마을 사람들은 이런 검찰의 논리에 어떤 입장을 보일까? 모두 '불인정'이었다. 여러 진술을 종합한 이 집안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