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다.
조명신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식물학자다. 화성에 갇힌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감자를 키워 식량을 조달한다. 시골에 살고 있어서인지 감자 재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지난봄 내가 한 일이니까.
와트니는 기지 식당을 뒤져 감자를 발견하고는 실내 정원을 만들어 재배에 성공한다. 그리고 수확한 감자 일부분을 다시 심는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구조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자연스러운 설정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게 감자라는 점이다. 감자는 그렇게 심을 수 없다.
감자는 수확 직후 다시 심으면 싹이 나지 않는다. 다른 작물과 달리 감자에 있는 '휴면성'이라는 독특한 성질 탓이다. 종류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감자는 보통 수확 후 90일에서 120일 정도 지나야 싹을 만드는 능력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써놓으니 뭔가 단점 같지만, 실제 생활에선 오히려 장점에 가깝다. 감자 보관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바로 이 휴면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흔히 '솔라닌'이라는 독성물질 때문에 꺼리는 싹이 나지 않은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영화에서 추수감사절에 먹기 위해 감춰둔 감자를 우연히 발견해 재배하는 걸 보면 평범한 식용 감자로 보인다. 우주 재배용 특수 감자라거나 휴면성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호르몬 처리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감자의 특성을 무시한 설정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과학적 '리얼리티'는 높으나 비과학적 '디테일'은 떨어진다고나 할까. 마치 맥가이버처럼 모든 것을 잘 해내는 마크 와트니가 현장 경험은 없는 식물학자였거나 혹은 원작자인 앤디 위어가 식물학에 문외한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마션>은 여전히 재밌고 흥미로운 영화다. 나는 이렇게 봤다. 아니, 시골에선 에스에프도 이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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