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영결식에는 '보이지 않는 빈자리'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심한 감기에 걸려 불참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박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창조경제 박람회 개막식'에도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기로 했다는 점에서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고 빈소인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주치의가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래 야외에 있으면 해외순방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서 장기간 외부 공기 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건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영결식장에도 박 대통령의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맨 앞줄에는 유가족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참석을 한다면 맨 앞줄 가운데에 앉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씨와 이 전 대통령 사이 자리다.
그 위치에 의자가 놓여 있기는 했다. 다만 다른 자리에는 착석하는 인사의 직책이나 이름이 써 있는 반면 그 의자에는 파란 원형 스티커만 붙어 있었다. 행사 의전 관계자에게 "여기가 원래 박 대통령의 자리인가"라고 물었지만 처음에는 잘 모르는 듯 정확하게 답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장례를 총괄하는 장례위원장 자격으로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사이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불참함에 따라 황 총리가 가장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의자에 '국무총리' 또는 '장례위원장'이라는 표시가 돼 있지 않았던 이유는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아쉽지만 영결식에 빈자리가 많아 더 가슴이 아팠다"라며 "대통령이 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해 고인이 가시는 길을 배웅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영결식 내내 눈이 세차게 내렸다. 바람도 차갑게 불었다.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이었던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국회 등원을 마치고 떠나는 길은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