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ITC공정까지 직접 하도록 구성된 라인을 가진 지금의 우리 회사가 ITC를 끝낸 CRT를 납품 받아 TV를 생산하던 이전 직장보다 공간이 더 협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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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을 몰고 대기업에 자재를 받으러 가는 '납품 사원'을 하다가 TV 생산팀으로 부서 이동을 하여 CCTV 라인의 수리 기사가 되었다. 이로써 나는 벌써 2번째 TV 공장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TV 공장이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 직장의 TV 조립라인은 지금의 회사 TV 조립라인보다 훨씬 더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납품 받는 CRT(Cathod Ray Tube - 브라운관)의 차이 때문이었는데 ITC(Integrate Tube Convergence - 전자빔이 형광체에 정확하게 자기색을 발광시키도록 하는 작업) 공정이 이전 직장은 CRT 납품 회사에 현재 직장은 자체 생산 라인에 있었다.
현재 직장은 CRT의 ITC 공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전 직장에 비해 생산 현장이 훨씬 좁았다. CRT는 반드시 Aging(전원을 인가하여 예열을 하는 것)을 거친 후 ITC 작업이나 검사 공정을 거치는데 공간이 협소한 탓에 생산 라인을 2층 구조로 만들어 Aging 라인이 머리 위에 있었다. 그 덕에 천장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겼고 더 비좁게만 느껴졌다.
정신 없이 일하는데 현장이 넓고 좁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Front Case(TV 전면 플라스틱 케이스)와 CRT가 조립된 반제품 상태로 2층 Aging 라인에 전원이 인가된 채로 올라가는데, 2층에서 이동하는 제품이 넘어지거나 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사다리를 타고 220V 전기가 흐르는 2층 Aging 라인에 올라가서 직접 그 제품이 있는 곳까지 허리를 숙인 채 걸어 가야 한다. 그리고 직접 손으로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 작업자들은 자기 공정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오롯이 내가 처리를 해야 했다.
CCTV와 TV의 차이는 크게 Tuner(안테나 신호를 입력하는 부품)가 있고 없고다. TV 라인에 수리사로 일하고 있던 스무살 동생은 CCTV는 어려워서 수리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CCTV 수리를 능숙하게 할 때쯤 되고 회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니 CCTV 회로가 더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CCTV도 다채널의 경우 어렵기도 하다.
CCTV는 4채널 14인치~21인치 모델을 주로 생산했다. 그 모델들은 회로가 아주 간단하다. BNC(고해상도를 아날로그 신호를 입력하는 단자) 단자로 입력되는 카메라 신호를 CRT 모니터에 표시해주는 회로가 전부다. TV로 따지면 안테나 신호를 처리하는 Tuner 관련 회로가 쏙 빠지고 '외부입력' 단자만 있는 TV와 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모든 CCTV 모델이 간단한 회로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았다. 아주 고가에 판매되던 디지털 기반의 21인치 8채널 CCTV가 있었는데 그 모델은 기본 구동 회로 이외에도 Mux(MUltipleXer - 여러 통신 채널에 사용되는 장치) 보드가 별도로 기본 보드에 장착이 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그 Mux 보드는 다른 회사에서 생산을 해 납품을 받았는데 불량이 자주 발생했다. 불량 Mux 보드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CCTV의 외부 플라스틱 커버를 벗겨내고 실드(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금속으로 만든 속 커버)를 벗겨내야 했다. 거기다 보드와 조립된 실드 브라켓까지 해체를 해야만 Mux 보드를 분리할 수 있었다. 그 보드 하나를 교체하기 위해서 나사만 수십 개를 풀어야 했으므로 아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귀찮았다.
밤 11시 넘어 퇴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