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앵글리스 강사진-학생만큼이나 강사들도 다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성화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어른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어려움을 참아낼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참고 뭔가를 이룬 경험을 한 사람은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내 기억으로는 윌리엄 앵글리스에서의 1학년 1학기 교육과정은 큰애가 참고 뭘 이룬 첫 번째 경험으로 보인다. 물론 대학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 어학원에서 공부한 시간도 힘들긴 했겠지만, 이 정도의 위기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탈락의 공포를 이겨낸 경험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번 견뎌냈으니 앞으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 섞인 기대를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러일전쟁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양측 군대가 만주에서 포격전과 백병전을 벌였고,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양측 피해 상황을 보면 일본군이 더 심했고, 러시아군은 상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차이점은 지휘관이다. 전투상황이 이렇게 난전으로 진행되면 지휘관은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일본군 지휘관은 포탄이 날아 다니는 전장에서 수통에 담아온 술을 마시면서 그냥 무심히 있었고, 러시아군 지휘관은 아군의 피해에 괴로워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겁을 냈던가. 소모전이 끝없이 이어지자 러시아 군대는 우세한 전장에서 괴멸 직전의 일본군을 버려두고 후퇴한다. 후퇴하는 러시아군을 일본군이 추격해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던 지역을 점령하고, 급하게 후퇴하면서 버려두고 간 군수물자까지 노획한다.
결과적으로 일본군이 승리했다. 그 배경에는 인명을 경시하는 일본군 특유의 문화가 있다. 중국 천진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을 일본군이 공격할 때의 전투상황을 보면 일본군의 인명경시 풍조가 좀더 적나라하게 보인다.
기관총으로 방어되는 러시아군 콘크리트 벙커 요새를 향해 일본군 지휘관은 무조건 돌격을 외쳤다. 소총으로 무장한 일본 군인들이 아무리 돌격을 해도 기관총 앞에서는 추풍낙엽과 같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 지휘관은 계속해서 본국에 보충병을 요청하고 무의미한 살육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일방적인 학살을 중단시킨 것은 일본 본토 해안방어를 위해 설치돼 있던 해안포였다. 그나마 깨어있던 중간 간부가 건의를 해서, 해안포를 뜯어 일본에서 배로 싣고 오고, 해안포를 설치하기 위해 타설한 콘크리트가 굳은 후, 그 해안포가 러시아군 벙커를 파괴할 때까지 불쌍한 수많은 하급병사들은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지만 살아 가면서 고난이라고 하는 십자포화를 그냥 참고,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종종 있다. 뾰족한 해결 수단이 없으므로 그냥 참으면서 상황이 반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자리를 벗어나 포기하면 우선은 편하지만 훨씬 악화된 상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큰애도 그러한 상황에서는 그냥 버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난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해볼 수단을 가지지 못한 일본군 지휘관처럼 이럴 때는 그냥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불쌍한 일본군 병사의 살육을 중지시켜줬던 해안포와 같은 것이 나타난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 학교의 한국인 써포터 등 주변에 있는 도움의 손길을 최대한 이용하여 버티다 보면 어딘가에서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고난이라는 펀치에 맷집이 생기면 그 다음 고난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 길러진다. 큰애는 이제 한 번 그런 경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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