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쇼룸-신혼부부의 살림집 같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정성화
매장 중간쯤에 있는 쇼룸에서는 아내가 관심을 보였다. 10평쯤 되어 보이는 생활공간에 살아 가는데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가구라고 하면 무겁고 둔하여 다루기 힘든 중량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케아 가구는 가볍고, 날렵한 느낌이었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민박집 침대도 이케아 제품이었는데, 단순한 구조이지만 침대에 누우면 편안했다. 결론적으로 이케아 가구는 실용적이고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없이 구입하고, 부담없이 버릴 수 있는 마음 편한 가구인 것 같다.
아직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수요일, 일주일 강의가 끝나서 그런지 큰애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들리지도 않는 강의를 듣느라 고문받다가 해방된 기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큰애는 강의를 어떻게 따라갈지, 무사히 졸업은 할 수 있을지 암담한 심정이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제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아직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번 주는 더 이상 큰애의 수업이 없으므로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놀러 나갔다. 빅토리아 마켓에서 국제 음식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멜버른에 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다인종 국가라는 말이다. 호주는 처음에는 영국 죄수들의 유형지로, 그 다음에는 형기를 마친 죄수와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이 중심이 돼 건설한 나라이다. 한때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이 인종차별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백호주의를 포기하면서 유색인종의 비중이 커졌다.
큰애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인들이 몰려오기 전에는 호주에서 대학만 졸업하면 영주권을 줬다고 한다. 그만큼 일손이 부족했다는 의미인데, 중국인들이 진출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집값이 엄청 오르고 영주권 따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중국이 움직이면 남아나는 게 없는 것 같다. 제조업 일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전세계 청년 실업률이 올라 갔다. 여기 호주에서는 고급 주택이 나오면 에누리 없이 바로 사간다고 한다.
요란한 음악소리, 음식 익는 구수한 냄새,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아직도 이런 분위기에 흥분하는 것이다. 거기에 알코올이 곁들여지는 것이 문제지만…. 난 술을 좋아하고, 한창 때에는 2차·3차 다니면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기도 했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아침에 그냥 출근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통 1차로 끝나고, 일단 술을 마시면 얼마 못 버티고 잠들어 버리기 때문에 한잔 하면 그날 스케쥴은 그걸로 끝나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