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시력은 10%라고 능력도 10%는 아니다
김혜원
병원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는 지아는 병원을 나와서도 가끔씩 길을 잃을 것 같은 때가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지아를 위해 길을 안내를 해주지 못하고 깜깜한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 남겨 놓기 때문이다.
"지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알아볼 때 많은 곳에서 거절당했어요. 시각장애라고 하니까 받아줄 수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라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지요. 지아를 전맹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지아를 한번 보고 말씀해주시라고 사정했어요. 실제로 지아를 보시고 난 후에 입학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지아는 혼자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씻고, 화장실 가고 하는 게 다 가능해요. 작은 부분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시력이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마구 뛰어놀고 그럴 수는 없어요. 전체가 다 보이는 것이 아니고 작은 부분만 제한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할 수 있어요. 시력은 10%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능력도 10%는 아니거든요."신나게 색종이 놀이를 하고 있는 지아를 바라보며 엄마는 수줍게 휴대전화에 담긴 지아의 그림을 보여준다. 지아 또래의 아이가 그릴 수 있는 단순한 그림이지만, 지아와 같은 저시력 아동들에게는 기적에 가까운 그림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바보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지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했어요. 다행히도 지아는 가르치는 대로 잘 받아들이고, 놀랄 만큼 잘 적용하고 응용하는 아이예요. 처음엔 손을 잡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리는 연습을 했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이용해 사람을 그리는 연습을 했어요. 엄마가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그림을 배우고 있는데 당연히 쉽지는 않았지요. 지아는 작은 점 같은 것은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그려도 눈을 긴 타원형으로 그려놓곤 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은 지아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 같아요. 아직 어려서 그림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지아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혹은 또 다른 어떤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재능을 보일지 궁금할 뿐이에요."지아 엄마의 걱정지아는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야 할 때면 책상 가까이 오른쪽 눈을 붙여야 한다. 유효한 시력을 얻어 내기 위한 지아 만의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지아의 보는 방법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인원도 적고 활동도 많지 않아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도움과 배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는데 학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칠판을 봐야 하는데 지아 시력으로는 칠판을 볼 수 없고 책도 눈에 가까이 붙여서 읽어야 하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읽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친구들과 수업 속도를 맞추기 어렵거든요. 장애학생을 위한 도우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겠지만 인원이 워낙 적어서 지아는 혜택 받기가 어렵다고 해요. 선생님이 안 되면 책이나 칠판을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전자독서확대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하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학교에서 난색을 표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아이들이 이동 중이나 활동 중에 파손되기라도 하면 책임과 보상의 문제가 따라오니까요."지아는 시각장애가 있지만 아주 작은 잔존 시력을 이용해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학습도 가능한 아이라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장애를 떠나 평범한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헬렌 켈러 같은 사람은 될 수 없다 해도 본인의 장애를 극복하고 더 어려운 친구들과 이웃들을 돕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소망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불편함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