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크기의 독서확대기와 로봇 확대기 등 특수 기구를 이용하면 일반학교 수업도 가능하다.
김혜원
외국에는 저시력 장애인 축구단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없다고 해요. 초등학교 때 학교 친구들과 축구를 해봤는데 그건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친구들 공은 너무 빠르고 너무 잘해서 제가 낄 수가 없었거든요. 그때는 날아오는 공에 많이 맞았어요. 요즘은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데 거기서는 잘할 수 있었어요. 공도 느리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찼는지 소리로 알려주니까 어느 정도 따라가요. 저는 빨간색이나 노란색 공은 볼 수 있어요. 형광색 공도 볼 수 있어요.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서 운동장색과 공 색깔을 특별하게 만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저시력 장애인 축구선수요." 시각장애가 있는 혁이에게 축구선수의 꿈을 갖게 한 것은 바로 1년에 두 번씩 열렸던 저시력 장애인 캠프였다. 아무리 좋아해도 학교에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축구였다. 하지만 캠프에서는 달랐다. 눈에 잘 보이는 색깔과 크기를 가진 공으로 좋아하는 축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아들의 이야기에 엄마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혁이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닌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혁이는 더욱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학교에 가면... 도움 줄 수 있는 친구 되고 싶어요""일반 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혁이는 늘 제외되곤 했어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혼자가 됐고요. 가끔 학교에 들러 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늘 혼자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기회를 주기보다는 그냥 혼자 두는 것이 아이를 보호한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고요. 선생님들도 시각장애에 대해 잘 모르시니까요. 전혀 안 보이는 것인지, 얼마나 보이는 것인지…. 또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잘 모르셔서 그랬던 것 같아요. 혁이를 맹학교에 보내는 것을 많이 고민했어요. 물론 초·중·고등학교를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자라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맹학교에 가면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고, 수업을 도와줄 전문적인 기구들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친구들이 있어서 의지가 될 것 같아서요."혁이 역시 엄마의 말에 크게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중학교에 가면 반장도 하고 싶고 전교회장도 하고 싶어요. 일반학교에서는 하기 어려웠지만 맹학교에 가면 그런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돕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요. 거기 가면 저처럼 다른 학교에서 조금 상처를 받고 온 친구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도움이 돼줄 거예요."인터뷰라는 말에 수줍어 말도 잘 못하던 혁이가 웃는다. 일반학교를 다니다 특수학교로 진학하게 된 게 두렵고 걱정도 될만하지만, 되레 그럴수록 더욱 환하게 웃어넘긴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축구도, 공부도, 캠프도, 봉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밝게 웃어 보인다.
안 보여서, 덜 보여서 할 수 없다는 건 오히려 비장애인이 가진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다. 혁이는 강조한다. 안 보여서, 덜 보여서 못하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지 않아서, 기다려주지 않아서 못하는 것뿐이라고.
저시력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이유 |
흔히 시각장애라고하면 흰지팡이나 안내견의 도움을 받는, 실명한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에는 285만 명의 실명 및 저시력인이 있으며 그중 실명(전맹)인구는 39만 명, 중경증의 시각장애인은 249만 명으로 저시력인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시력은 수술이나 광학적 교정을 했음에도 좋은 눈의 시력이 0.05이상 0.3 미만이거나 시야가 주시점으로부터 10도 미만으로 일반적으로 학습이나 일상생활의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세상이 온통 부옇게 보이거나, 터널이나 원통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거나, 보고자 하는 중심이 보이지 않고 주변만 보이거나 얼룩덜룩 검은 얼룩이 져서 보인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답답하고 가슴이 아플까요.
저시력인들은 외모상 특성이 없기 때문에 비장애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는 사람을 보고도 지나쳐 인사성이 없는 예의 바르지 못 한 사람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며 성격 이상이나 불안장애로, 성적이 자꾸 떨어져 성적 부진아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체감을 찾고 정립해야 하는 시기에 저시력이라는 장애 속에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며 커 나가고 있는 저시력 중고생들이 있습니다. '안'보이는 것이 아니고 '덜'보이는 것뿐인데 많은 것으로부터 소외되고 제한되는 아이들입니다. 보이는 것이 10%라고 해서 능력도 10%는 아닙니다. 다만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입니다.
<조금 덜 보여도 괜찮아. 힘을 내 친구야>는 '덜' 보이는 청소년들의 스토리를 통해 저시력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그것을 통해 저시력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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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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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보이지만... 제 꿈은 축구선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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