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이나 시각장애인들에게 유용한 휴대폰 기능들이 개발되고 있다
김혜원
버스를 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인도를 보행할 때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비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볼라드(보행자용 도로나 잔디에 설치되는 진입방지말뚝)가 저시력인들에겐 흉기(?)가 되기 때문이다.
"볼라드는 도로 위의 흉기에요. 볼라드는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전맹인들보다 맨눈으로 다니는 저시력인들에게 더 위험해요. 보통 인도나 차도의 색이 거의 회색이고 볼라드도 비슷한 색이라 장애물로 구별하기 어렵거든요. 저 같은 시력인 중에 볼라드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서 지나가려다 정강이를 부딪히는 거죠. 볼라드가 대부분 대리석이라서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정강이에 흉터가 있어요. 볼라드 때문이죠. 뺄 수 없다면 잘 볼 수 있도록 불빛이 나오게 만들면 좋겠어요."최근에는 다양한 공공시설에 저시력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버스정류장의 확대안내판 서비스와 휴대전화 읽어주기 서비스, 컴퓨터의 돋보기 서비스, 안내 점자나 블록, 횡단신호 음성지원 서비스 같은 게 바로 그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공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일반 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페스트푸드점이나 카페, 음식점을 이용하기가 힘들어요. 메뉴를 볼 수 없으니까요. 햄버거, 치킨, 피자 같은 건 메뉴를 외워서 늘 먹던 것만 먹어요. 음식점의 경우 메뉴판이 없는 곳도 있고 메뉴판이 있다고 해도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볼 수가 없어요. 어느 식당 사장님은 메뉴판을 다 읽어주시고, 설명해주시고, 고기도 직접 구워서 접시에 다 놓아주시기도 하는데 그런 분은 얼마 없어요. 대부분은 이상하게 생각해요. 카페나 페스트푸드점이라도 큰 글씨 메뉴판을 마련했으면 좋겠어요."불편함은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하는 열여덟 살 호현이. 뇌종양이라는 두려운 질병을 이겨내고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무엇도 그에게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빼앗지는 못했다.
"저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걸 가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