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비밀>겉표지
레드박스
영국의 작가 톰 녹스는 자신의 2009년 작품 <창세기 비밀>에서 이런 의문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는 터키 동남부에 있는 도시 샤늘르우르파 근처에 있는 고대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를 방문하고 취재해서 이 소설을 만들어 냈다.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괴베클리 테페에는 마치 잉글랜드의 스톤 헨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거석들이 원형으로 모여있다. 그 거석에는 독수리와 전갈, 구불구불한 뱀 등의 동물들이 함께 부조되어 있다. 큰 거석은 높이 5미터가 넘고 무게는 수 톤이 나간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발굴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이 거석들은 약 1만1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견해가 맞다면 이 유적들은 신석기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생겨난 것이다. 당시에 일종의 사원이자 장례단지로 사용되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로브 러트렐은 이 거석 유적을 추적해간다. 신문사 기자인 그는 편집장의 지시로 괴베클리 테페를 취재하러 떠난다. 한참 발굴이 진행되던 현장에서 그는 발굴책임자인 고고학자를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듣는다.
고고학자에 의하면, 1만년 전의 이 지역은 지금처럼 메마른 땅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냥감들이 초원을 뛰어다니고 나무에는 각종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거석에 지금은 살지 않는 동물들이 묘사된 것도 그런 이유다.
고고학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이 에덴동산이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의 욥, 아브라함이 살던 곳이 이곳이었다는 의미다. 주인공은 기존의 학설과는 다른 에덴 동산의 실체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유적의 비밀을 둘러싼 잔인한 살인사건도 함께 발생한다. 주인공도 그 살인사건에 휘말려 들어간다.
창세기의 비밀을 찾아가는 기자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진 것이 4천년 전이고 스톤헨지는 기원전 2천년 전에 세워졌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괴베클리 테페의 유적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원시인들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도 못하며 수렵채집으로 생활하던 시절이다. 수렵채집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거석들을 모아서 원형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흙으로 덮여있던 이 유적은 우연한 일로 발견되었다. 이 유적이 흙으로 덮인 것은 약 8000년 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연재해나 기후변화로 생긴 일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흙을 끌어다가 의도적으로 유적을 매장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공적으로 언덕 하나가 생겨난 셈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역사에는 미스터리가 많다. <창세기 비밀>처럼 성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보면 더욱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 사실 에덴동산이 어디에 있었는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그래도 호기심은 남는다. 에덴이 이라크에 있었는지 터키에 있었는지. 위의 의문들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작가가 소설 속에서 정확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 작품을 읽다보면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평생 가보지 못할 괴베클리 테페라는 유적지를. 그리고 여기가 정말 에덴동산이었을지.
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레드박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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