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이 얼굴에 난 주민번호라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04] 개인식별에 큰 역할하는 눈썹, 유전 영향도 많이 받아

등록 2016.03.14 17:08수정 2016.03.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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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눈썹은 개인식별에 큰 역할을 한다. 부모 자식간 서로 많이 닮는 체모이기도 하다. ⓒ pixabay


우리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털은? 안면에 나는 털로는 남녀 공히 눈썹을 꼽을 수 있고, 머리카락의 연장 선상에서 귀밑머리 털과 주로 남성들에게 현저한 턱수염과 콧수염, 구레나룻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긴요한 안면 털은 눈썹이라고 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다.

눈썹의 크기는 보통 좌우로 5cm 안팎, 두께는 1cm를 넘지 않는다. 눈썹 털의 숫자는 한쪽 당 평균 250개 정도, 그러나 숱이 많은 사람은 1000개가 넘을 수도 있다. 그리 크지도 않고, 구조도 단순하지만, 인간의 눈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눈썹의 기여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눈썹의 가장 큰 기능은 땀이나 비 같은 물기가 눈으로 흘러내려 오지 않도록 저지하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먹잇감을 추격하거나, 혹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땀이 안구를 가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눈썹이 함으로써 생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수렵이나 다급한 피신 등을 경험할 일이 드문 현대인들 또한 여전히 땀을 차단하는 눈썹의 덕을 보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격렬한 운동이나 육체노동을 할 때 비처럼 땀이 쏟아지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하던 바를 계속할 수 있는 건 바로 눈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눈썹은 늙으면 대체로 재생력이 떨어지지만, 사람이 거의 죽을 때까지 눈썹 털은 빠지고 새로 나기를 반복한다. 개인차를 배제하면, 평균적으로 눈썹 털이 재생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개월이다. 즉 일 년에 세 차례 정도 눈썹은 전적으로 털갈이한다.

눈썹,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열쇠

눈썹은 또 개개인을 식별하는 데도 크게 기여를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실험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 사진 중 눈썹 부분만을 변형했을 때 해당 연예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저마다 다른 눈썹의 모양이나 털의 숫자와 질감 등은 온전하게 타고나는 특성이다. 영국, 스페인, 브라질, 칠레, 페루, 호주 출신 등의 과학자로 이뤄진 대규모 국제연구팀은 지난 3월 1일 발간된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기고한 논문에서 눈썹의 특징을 결정짓는 주요 유전자들을 알아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짙은 눈썹과 '모노 눈썹'이 단 1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모노 눈썹이란 양 눈썹 사이의 미간에도 눈썹 털이 수북해 눈썹이 전체적으로 하나로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유전자 1개의 영향이 눈썹 형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보통 서너 개 이상의 유전자 영향을 받는 구레나룻이나 머리카락과는 같은 털이라도 상당히 다른, 즉 눈썹만의 독자적인 진화 경로를 밟아 왔다는 걸 시사한다

눈썹 형태와 숱의 숫자, 질감 등이 소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는 부모들의 눈썹이 자식들에게 상당히 단순하게 유전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식사 시간 등에 서로의 눈썹을 비교해 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혈연관계를 손쉽게 추정할 수 있는 신체 특성이 눈썹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눈썹은 안면에서 기능적으로 가장 중요하면서, 동시에 근친관계 추정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털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눈썹 #털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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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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