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학습을 돕는 다양한 기구.
김혜원
"재희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오해가 '안 보이는 아이'라는 것이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장애라고 하면 전혀 안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엄마인 저도 제 아이가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차이를 잘 몰랐어요."
지난 3월 11일, 시기능검사와 훈련을 하기 위해 한국실명예방재단 사무실을 찾은 재희를 만났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된 재희. 엄마는 너무나 작고 약하게 태어났던 재희가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것만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한다. 890그램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다섯 달을 지내고도 자가 호흡이 어려워 산소통을 달고 퇴원했던 아이. 태어난 지 5일 만에 개복수술을 받았고 살 가능성이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폐혈증까지 견뎌낸 아이이기에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선물 같고 기적 같다.
"태어나서 1년은 병과의 사투를 벌이느라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재희는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돌이 돼서야 비로소 3.5kg이 됐으니까요. 조금씩 늦을 뿐 앉고 서고 걷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내며 엄마에게 힘을 주는 아이였어요."재희는 오른쪽 눈 상단 일부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시력을 이용해 세상을 본다. 미숙아 망막증으로 세 번의 레이저 수술을 받았다. 잘 보였던 왼쪽 눈의 안압이 높아져서 수정체 제거 수술을 한 뒤로는 쭉 오른쪽으로만 보는 것이다. 오른쪽 눈의 시야각이 2시 방향으로 한정돼 있어 고개를 돌려보는 경향이 있는 것 정도일뿐 평상시에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저시력 아동들은 오해를 많이 받아요. 하는 행동이나 모습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데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거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등의 것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보는 능력은 아주 작아요. 보인다기보다는 살면서 학습되고 훈련된 정보를 통해서 사물이나 환경을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게 이해하고 있을 뿐이죠."재희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그림 지도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작고, 뿌옇고, 희미하고, 아스라할지 몰라도 지도에는 모든 것들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교실로 가는 길, 급식 실 가는 길, 운동장, 컴퓨터실, 화장실, 복도, 계단 모퉁이, 책상과 의자, 교탁, 나무와 꽃, 엄마, 가족, 선생님, 친구들…. 눈으로 찾으려면 희미하고 흔들리던 것들이 머릿속에 저장된 지도 속에서는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 아이가 뛸 수 있구나... 뛰는 걸 좋아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