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만을 노리는 '총잡이들', 그 승자는?

[리뷰] 은승완 <총잡이들>

등록 2016.03.28 16:00수정 2016.03.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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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잡이들> 겉표지 ⓒ 들녘

매달 수많은 공모전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슨무슨 시나리오 공모전, 어버이날 기념 독서감상문 대회, 물 절약 캠페인 표어 공모전, 여행 관련 UCC 공모전, 감동의 편지쓰기 대회 등 다양한 공모전들이 있다.

공모전 소식만을 영역별로 구분 및 정리해서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이런 공모전을 우연히 알게 되어 도전했다가 수상을 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꼭 1등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데 이런 공모전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대학생들부터 시작해서 직장인, 작가지망생, 취업준비생들까지 다양하다.

공모전에 응했다가 수상해서 현금이 들어오면 그건 꽤 괜찮은 부수입이 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공모전 수상 내역도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

물론 공모전 수상을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요령이 필요할 것이다. 이 요령은 한두 번 응모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도 있다. 아니면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공모전 참가를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들을 참고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런 대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도 시험해보고 잘하면 상금도 챙길 수 있으니까.

공모전의 상금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


은승완의 2016년 작품 <총잡이들>에서 이렇게 공모전만을 노리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때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재능의 한계 비슷한 것을 느꼈다. 게다가 직업이 없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그는 노량진의 싼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각종 공모전을 노린다. 스스로를 가리켜서 '콘테스트 사냥꾼'이라고 표현한다.

한 여인은 주인공을 보고 '참 희한하게 먹고 사는 사람도 다 있네'라고 말한다. 그동안 수상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수상자 명단에 자주 오르내리다보면 그 바닥에 이름이 알려지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상을 주기를 꺼려할 수 있단다. 그러니 참가 일정과 주최 측을 세심하게 검토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출판사의 편집팀장이자 소설가인 친구가 연락해 온다. 좋은 정보를 주겠다면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속한 출판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해서 장편소설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단다. 그 상금이 3억이나 되는데 자신도 심사위원에 속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해온다. 주인공이 소설을 완성해서 투고하면 한 표는 맡아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심사워원들도 편집팀장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이 상금을 받게 되면 그중 일부를 자신에게 나누어 달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동의하고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과연 3억을 받을 수 있을까?

소설 대신에 잡문을 써서 먹고 사는 주인공

세상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겠지만 소설가들의 세상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부와 명예를 함께 얻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등단하지 못하고 인정 받지 못하는 작가들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작가 은승완의 표현에 의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면서도 이쪽 판이야말로 '구별짓기'가 확실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급기야는 주인공처럼 고시원에 처박혀서 잡문 콘테스트에 응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게도 될 수 있다. 한때는 문학의 꿈을 안고 소설의 가치와 예술의 가치를 믿었던 지망생이 거듭되는 실패로 생계와 끼니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문학이 삶의 등불이었던 적이 언제였던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매년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이나 문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이다. 그들 모두가 소설을 쓰려고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경쟁자들이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공모전처럼 상금같은 결과를 바라보고 창작을 하는 것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설도 하나의 상품이지만 꼭 상품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총잡이들> 은승완 지음. 들녘 펴냄.

총잡이들

은승완 지음,
들녘, 2016


#총잡이들 #은승완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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