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에 다다라 구름 위에 서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가식적인 행동들이 떠올라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이영섭
하지만 막연한 희망과 의지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주 후 뭘하고 사느냐에 대한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요, 우리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지인들을 이해시키는 것 또한 난제였다.
가수 이효리씨가 결혼과 함께 제주 애월읍으로 이주하고, 뒤이어 여러 연예인들과 육지인들이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이제는 제주로의 이주를 동경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제주 이주민 1세대들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당시만 해도 제주 이주는 이상주의자의 정신 나간 헛소리에 가까웠다.
제주로의 이주 외에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간과한 채 말이다.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