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아홉걸음알마티에 있는 모든 한국 상점과 물건들을 통틀어 가장 반가웠던, 문구류 전문점
한성은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대체로 화장을 짙게 한다. 눈 화장을 특히 짙게 하는데 원래 크고 깊은 눈이 더 뚜렷해져서 모두가 미인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 곳곳에 화장품 매장이 참 많다. 쇼핑몰 안에도 화장품 매장들이 많이 입점해 있었고, 요즘 한국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법조계와 정·재계 거물들의 비리를 고발하고 계시는 회장님 때문에 더 유명해진 매장도 좋은 자리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로비로 입점하신 건 아니겠지요?
식품 코너에 들어가서 또 한 번 놀랐다. 식료품의 가격이 한국과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 오기 전에 이곳의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떤 종류의 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행객들이 느끼는 생활 물가는 정말 저렴했다.
생수 1리터 120텐게(400원), 커다란 바게트 150텐게(500원), 맥주는 200텐게(700원)면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커서 그런지, 땅이 넓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양이 많다. 기억나는 물가들을 조금 더 나열하면 버스와 지하철은 80텐게(300원), 휘발유는 리터당 95텐게(350원), 담배 한 갑은 350텐게(1200원), 여행자 숙소 도미토리 1박에 2000텐게(7000원), 점심 한 끼 든든한 케밥은 600텐게(2100원) 정도였다.
대형 마트 안에서 한국 식자재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 라면은 종류별로 마음껏 고를 수 있었고, 가격도 한국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그 외에도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숙소에서 라면을 끓이고, 스시용 쌀로 밥을 하고, 구운 김을 펼쳐 고추 참치를 넣고 김밥을 만들어 저녁을 먹는다. 싸구려 홍차를 사서 티백도 필터도 없이 찻잎 그대로 컵에 넣어 우려내도 향이 좋다. 기분 탓이리라. 나는 설레고 있었고, 아무런 감흥 없이 도착한 알마티에 점점 정이 쌓여갔다. 여행이란 어른들이 하는 연애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