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달리 무척 달고 수분이 많았던 개똥참외.
김종성
황산도에서 나와 해안도로 옆에 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강화도 해안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차도 변에서 자줏빛의 뭉툭한 팽이처럼 정겹게 생긴 강화 순무와 속이 노란 고구마, 개똥참외 등을 파는 주민들이 보였다. 개똥참외는 원래 길에서 나는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다. 참외보다 작고 맛이 없어 보통 먹지 않는데... 알고 보니 재미있는 이름으로 새로 개발한 품종이란다.
양해를 구하고 두 개만 샀다. 아저씬 내 자전거를 힐끗 보고 흔쾌히 허락하더니 먹고 가라며 칼까지 건네주었다. 개똥참외라는 이름과 달리 무척 달고 속살에 물기가 많아 여름날 자전거 여행자에겐 보약이 따로 없었다. 수분 많고 달디 단 과일을 2개나 먹어선지 해안가 자전거도로에 주차를 한 차량들을 마주쳐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주말이라 주차장이 꽉 찼나보다 이해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자전거도로에서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마주했을 땐 그냥 웃음이 나왔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연육교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동검도(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는 해안선 길이 7㎞ 정도 되는 아담한 섬이다. 옛날 남쪽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 서울을 왕래하던 사신이나 상인들이 통과하는 '동쪽의 검문소'라는 의미에서 동검도라 불렀단다.
섬이 동글동글 예쁘고 바다 전망이 좋아 주민들 집보다 펜션이 더 많을 정도다. 짧은 연육교를 지나 섬에 들어서면 '큰말'과 '서두물'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서로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라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갈 길을 정했다. 마을회관, 교회, 펜션 등이 있는 섬 마을 지역이 '큰말'이다.
애마 자전거의 핸들을 서두물 포구 방향으로 돌렸다. 풋풋한 어촌 마을을 지나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동그랑섬'이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가 떠 있는 바다가 섬만큼 정다웠다. 해안 길 끝에 자리한 서두물 포구, 여느 포구처럼 횟집이나 어판장은 없지만 낚시꾼, 캠핑족, 갯벌놀이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해 섬마을만의 포근한 매력은 숨길 수가 없나보다. 연육교는 차도 확장공사를 하고 있고 우후죽순 생기는 펜션에 이어 오토 캠핑장도 생겨났다.
갯벌마다 이름이 있는 강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