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가는 배 창문 뒤로 공사 중인 연육교가 보인다.
김종성
강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모도행 선착장이 있는 외포리행 버스(30번, 31번)를 탔다. 외포리 선착장(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매 30분마다 석모도행 배 출발)은 밴댕이, 젓갈 내음이 가득한 어시장과 버스정류장 앞에 '동창 이발소'가 있는 수수하고 정다운 포구다. 내년에 석모도까지 연육교가 생기면 이 선착장도 사라지고 포구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도 다들 떠나겠구나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2천 원짜리 석모도 왕복배표를 사면서 그런 걱정을 토로(?)했더니, 매표소 직원은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외포리 선착장에선 석모도 외에 서도라 불리는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 등 운행하는 배편이 많단다. 석모도 가는 배에 올라타니 괭이 갈매기들이 갑판위에서 손님을 맞듯 일렬로 다소곳이 앉아 있어 웃음을 짓게 했다.
노란 부리 끝에 빨간 립스틱까지 예쁘게 단장하고 승객들을 기다렸던 건, 외포리 선착장 매점에서 파는 새우깡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사람도 중독 시키는 과자, 그중 새우깡은 사람이 아니라 새를 위해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갈매기들에게 인기다. 바다 위에 선을 그으며 반 정도 이어진 석모도 연육교가 보였다. 눈앞을 스쳐가는 갈매기들에게 저 다리를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갈매기의 눈은 당장 먹고픈 새우깡 외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배를 탄 지 10분 만에 닿은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 앞에 웬 자전거들이 단체로 모여 있었다.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섬답게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가게들이다(24시간에 만 원). 펜션이나 민박집에서도 숙박 손님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준다. 본섬 강화도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 시간이 오후 9시라 한결 여유롭지만, 왠지 배를 타고 섬에 오면 기분 좋은 단절감에 취하게 되는지 하룻밤 묵을 숙소를 정하게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특유의 고즈넉한 밤 정취가 좋아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