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전 감리교 신학대학교 교수
이영광
- 올해 10월 31일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499년 되는 날입니다. 종교개혁 499주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신가요?"올해가 종교개혁 499주년이고 내년이 500주년이잖아요. 5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커요.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불교가 500년 만에 쇠퇴했고 유교가 아무리 좋았어도 500년 되니 다 망가졌듯이 개신교도 500년 역사가 지나고 있지요.
물론 한국은 120년이지만 500년 역사의 개신교가 그동안 좋은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 주는 패해가 우리 사회에 커졌어요. 그래서 기독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종교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역으로 사회 문제 거리가 돼 있는 현실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종교개혁 500년을 넘어서야 개신교가 '프로테스탄트' 곧 자신과 세상을 향해 저항적 종교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개신교가 자기 자신을 향해서 저항하고 세상을 향해 저항하면서 어떻게 개신교가 개신교다워질 수 있을지, 아니면 개신교가 영원히 몰락해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점이 바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499주년이 되는 올해의 종교개혁 주간이 내년도를 준비하는 치열한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제일 관건은 개신교가 자기 자신을 향해서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일입니다. 이 땅을 방문했던 가톨릭 교회 교종이 '교회의 복음화가 없으면 세상의 복음화도 없다'고 말하면서 복음화가 안 된 교회를 질책하셨어요.
흔히 교회는 복음화를 가진 구원기관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정작 그는 교회가 복음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보았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신교로부터 자본주의라는 것이 나왔는데 그 자본주의가 오히려 개신교를 자본주의화 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종교가 종교의 본질을 잃게 되었고 종교 내외적인 모든 양식이 너무 자본주의로 변질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성장주의, 물질화된 기독교를 복음의 정신으로 비판하는 일이 종교개혁을 맞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 한국 개신교만의 문제는 아닌가요?"전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이 유독 농후하고 그런 경향성이 짙어요. 한국교회 현상을 보면 50억 원, 100억 원짜리 교회들이 수십 개 이상 매물로 나왔어요. 과도한 빚을 겨서 교회 건물을 짓다 보니 그런 폐단도 생겨났지요. 3000억 원을 들여 지은 교회가 생겨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반면에 70~80%의 목회자들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 교회가 서너 개씩 경쟁하며 존재하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아주 두드러진 현상으로서 자본주의를 닮았지요.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라는 원리가 있잖아요. 저는 이 원리가 오히려 자본주의를 부추기고 복음을 자본주의화 시키고 있다는 봅니다. 물론 종교개혁의 원리는 중요한 것이지만 기독교가 자본주의화 된 현실에서 이 세 원리를 다시 비판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믿음', 이게 문제다- 한국교회에서 구원파는 이단으로 규정하잖아요, 그러나 한국교회에 구원파적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말씀한 대로 다수 개신교가 너무 개인 구원에 빠져있습니다. 교회 나와서 예수 믿으면 이 세상에서 축복받고 죽음 이후 구원받고 천당에 간다는 단순 논리로 사람들을 전도합니다. 이런 가르침 안에 사회적인 책임과 사회적인 구원 및 영성의 요소가 너무 희박합니다. 이런 논리가 단순화되고 확대되면 구원파의 논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이 땅에 만연하는 대다수 이단은 우리 교회가 건강치 못하다는 방증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내가 가진 제물이 아직도 먹고 남을 만큼 존재한다는 것이 죄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나 역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성서가 가르치는 본뜻입니다.
성서는 개인적인 영혼 구원의 책이기도 하겠으나 그보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할 종교인 것을 가르칩니다. 이 세상이 의로움과 공평하게 되어 누구도 배고프지 않고 누구도 혼자 슬프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예수가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탄절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지요.
한국교회가 몰두하는 개인적인 영혼 구원은 때론 이기적인 발상일 수 있습니다. 예수가 가르쳐준 복음의 정신과는 한없이 거리가 먼 이야기가 한국 교회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 종교개혁은 중세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고 참된 그리스도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어요. 하지만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중세교회보다 더 타락했다는 소리를 듣는데 어떻게 보세요?"맞아요. 중세 교회는 면죄부로 인하여 타락의 절정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중세의 면죄부보다 현재의 개신교가 가르치는 오직 믿음과 오직 은총이란 교리가 더 타락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오직 믿음이란 말에 행동이 부재한 탓입니다. 자기 삶에 어떠한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구원 역시도 자기만의 구원이며, 물질적인 축복도 자기만 그리고 자기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는 기복적인 성격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직 믿음이라고 하는 것이 갖는 패해가 중세 면죄부의 패해 이상으로 커졌다고 평가를 받죠. '오직 믿음'이 우리 교회를 자본주의화 된 교회로 만들어 버렸다고 심하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 중세 교회가 타락했지만 지금 가톨릭은 모범적인 종교로 평가받잖아요. 그러면 한국교회도 시간이 지나면 가톨릭처럼 회복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루터가 종교개혁 했을 때 가톨릭도 새롭게 됐습니다. 이를 대응종교개혁이라 부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타락했던 중세 가톨릭 교회 역시 새롭게 된 것처럼 한국을 방문했던 교종의 생각이 개신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종, 그분은 우리 시대의 루터처럼 종교 개혁적인 생각을 가지고 가톨릭과 개신교회를 많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교회의 복음화 없이는 세상의 복음화 없다'는 것이 교종의 기본 생각인 탓입니다. 분명 가톨릭의 변화가 개신교도 변화시킬 수 있는 충격을 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가톨릭은 500년 전 개혁을 당한 교회였고, 본디 개신교는 종교개혁을 한 주체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가톨릭에 대한 다수 개신교인의 생각이 여전히 면죄부를 팔던 중세에 머물러 있어요. 그리고 자신들은 여전히 종교개혁의 주체라는 생각만을 하고 있어요. 개신교 주류 목사들의 생각이 그렇습니다.
가톨릭 교회처럼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통찰할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교종의 발언을 폄하하고 인정하지 않고자 합니다. 비록 교종이 가톨릭 교회를 향해 말했지만, 개신교도 그 말씀을 잘 받고 더 많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기를 노력해야겠지요. "
- 한국 개신교의 타락의 원인 중 하나는 교회 맘모니즘 같아요. 이것이 곧 교회의 대형화로 이어져요.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되었다. 결국,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라는 비아냥을 듣는데."이 말은 재미난 말입니다. 한국에 와서 대기업이 되었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교회가 한국에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던 것이지요. 사실 교회라고 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교회의 크기가 목사의 크기가 되고 말았어요. 이것이야 말로 교회가 자본주에게 먹혔다는 대표적인 상징이에요. 어떻게 교회의 크기가 목사의 크기가 되나요? 그 사람의 사랑의 크기가 목사의 크기가 되어야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최근 종교개혁 500년을 앞둔 정황에서 작은 교회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형교회들은 세월호와 같은 사고에서, 한 번도 그들의 친구가 되지 못했어요. 오히려 작은 교회들의 역할이 컸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이들 '곁'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향후 10~20년 안에 대형교회는 많이 도태될 것입니다. 대형교회 시대는 지나갔어요. 사람들이 대형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성장이 끝난 시대가 된 탓입니다. 기업도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억 원, 200억 원짜리 교회가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빚으로 지어진 교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개신교를 떠나는 신도들 숫자도 급증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침체와 더불어 사람들이 이젠 헌금 할 돈도 부족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교회에 바치는 돈이 정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경영하는 기업에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많은 헌금을 내는 것은 성서적 차원의 헌금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기뻐할 수 있는 제물이 될 수 없지요.
자기가 경영하는 기업에서 모든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하나님의 즐거움입니다. 그들을 그렇게 피눈물 나게 하면서 교회 헌금 내고 축복받으려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습니다. 안식일 예배를 지키라고 성수 주일을 강요하기 전에 그들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일에 골몰하는 게 이제 교회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영성이 더욱 중요해진 것입니다. 일이 없는 사람에게 안식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요, 저주인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돈이 있고 배부르니까... 성적으로도 타락"- 또 하나가 목회자의 '성적 타락'인 것 같아요. 최근 목사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물론 목사 개인도 문제지만 이걸 치리해야 할 교단 총회가 이 문제를 어물쩍 지나가는 경우가 같은 것 같아요."교회가 돈이 있잖아요. 배가 고프면 사람이 딴 생각을 못하죠. 교회가 돈이 있고 배가 부르고 목사가 귀족처럼 보이니까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돈이 사람을, 목회자 타락시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디 성직자들이 돈만 갖고 있나요? 엄청난 종교 권력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기독교가 세상의 향락문화를 고쳐 바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향락문화를 유지·존속시키는 기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종교 사회학자들의 분석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2000년 기독교 역사 역시 성적 타락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의 밀로는 성적 타락으로 시작됩니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성의 자유화 물결이 큰 상황에서 목사는 자신의 성적 타락을 합리화할 수 있는 종교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은 처벌되나 목사들의 경우 어려운 것이 이 때문입니다.
더구나 교회 크기와 목사 크기가 일치하는 상황에서 세상 것과 종교적인 것을 모두 가진 목사를 대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목사의 갑(甲)질로 성도를 자기의 성적인 노예로 만드는 심각한 일이 예전보다 더 쉽게 일어납니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화 된 교회가 끝에 이르렀다는 아주 적실한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아마 이런 일은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교회는 더 많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목사들에게 더 엄격한 자기 성찰 그리고 기강이 있어야 하겠지요. 교회가 냉철하게 치리해야 할 사안입니다. 세상 법정보다 교회 법정이 물러 터졌고 타락했기에 지속적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교회가 돈이 있는 한 이런 일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교회가 더 타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발생할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 교회가 끝을 보게 되면 정신을 차리겠죠. 불행한 일입니다. 이중직, 3중직 노동을 하며 교회를 섬기는 가난하되 성실한 목회자들 얼굴을 떠올리며 목회할 때입니다."
-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라고 명령하셨잖아요. 이것은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사회가 부패하지 못 하게 하라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한국교회는 사회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개인 구원에만 몰두하는데 이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입니다."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는 거예요. 교회가 지금까지 사회문제에는 전혀 등한시했습니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한국 교회가 선호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교회가 적극 지지했거든요. 신앙을 지녔다는 사람들이 세상을 볼 줄 아는 눈이 없는 거예요.
세상의 정의로움이라든지 바름이라든지 하는 것에 관해선 관심 없고 교회 성장과 개인의 구원 그리고 경제적 부를 얻는 일에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세상을 선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 세상에 병원과 교회가 많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건실하면 사람들이 교회에 매달릴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가 전체로 안전해지지 않으면 결국은 자기도 위협을 받는 것인데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식의 교회 형태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교회는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거예요. 교회가 주는 물을 이제는 누구도 쉽게 마시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면 교회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약자들에게 손을 뻗치면 뻗칠수록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자기들 아성만 쌓으려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의 외면을 처절하게 받을 것입니다. 지면 관계상 말씀드릴 수 없으나 작은 교회 운동에서 저는 해결책을 보았습니다."
"개신교여, 부디 스스로만 보지 말고 사회를 보라"-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종교개혁과 사회 개혁은 나뉠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종교개혁 따로 사회개혁이 따로 있지 않거든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해서 두 번째 종교개혁을 이룰지 아직 회의적이지만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에서 벗어나서 사회를 올바르게 만들려고 노력할 때 교회도 함께 구조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키우듯이 교회만 키웠던 방식을 집어넣고 이제 교회가 사회를 향해서, 민족을 향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해야겠지요.
종교개혁 3대 원리에 대한 비판적 재조명을 하는 것도 큰 숙제입니다. 그럴 경우 하나님의 의를 실현시키는 일, 은총의 감각이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방향을 돌릴 때 사회 개혁과 교회 개혁은 저절로 될 것을 믿습니다.
교회가 관심을 자기에게가 아니라 밖을 향해 돌랄 때가 됐어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들이 갖는 관심이에요. 이런 차원에서 교회가 마음을 돌려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하면 교회는 사회로부터 개혁 당할 만큼 비참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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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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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10~20년 안에 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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