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삿포로 겨울 시전차 여행, 낭만이 두 배

[서규호의 낭만 일본기차여행 46]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 도로와 함께 달리는 삿포로 시전차

등록 2016.12.27 19:59수정 2016.12.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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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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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중인 삿포로 시전차의 모습. ⓒ 서규호


일본 북쪽의 땅 홋카이도! 그 중심도시인 삿포로 시내 지상을 운행하는 삿포로 시전차! 도로 위에 자동차와 함께 전차가 아직도 다닌다고 하니 신기하기 그지 없습니다. 겨울의 눈으로 유명한 삿포로 시내를 활보하는 삿포로 시전차를 오늘 소개합니다.


삿포로시 중심가 스스키노거리 지상 도로 위에 전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삿포로시에서 운영하는 전차로 1927년도에 개업을 했으니 곧 100주년이 되는 오래되고 전통있는 전차 입니다. 스스키노거리를 출발해 24개 정류장을 돌아 다시 스스키노 정류장(すすきの停留場)으로 돌아오는 순환노선입니다. 시전차는 역이라고 불리지 않고 정류장으로 불립니다. 또한 1973년도에 순환선이었으나 도시 교통문제로 없어진 다누키코지 정류장(狸小路停留場)은 2015년 다시 부활해 드디어 예전 시전차의 순환선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로 위를 달리는 시전차가 삿포로에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코다테, 도야마,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 여러 도시에 남아서 현재도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삿포로의 긴 겨울에 눈을 헤치며 달리는 시전차에서는 낭만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서대문역사박물관 앞에 전차가 전시가 되어 있는데 이곳 삿포로 시전차도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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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삿포로시내 시전차 노선.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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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시내에서 운행하는 삿포로 시전차. ⓒ 서규호


삿포로 시전차는 최신의 A1200형 저상식 전차도 있지만 아무래도 예전 모습을 간직한 210형 열차에서 정감이 느껴집니다. 1958년도에 만들어진 전차는 사계절 삿포로 시내를 달립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전차 내부에서 예전의 숨결을 느끼며 기관사의 운전모습을 바라보는 맛이 있습니다. 삿포로 시내 스스키노의 밤거리는 매년 겨울 시즌이면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해 긴 겨울밤 거리 곳곳이 아름답게 장식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합니다.

스스키노의 거리를 뒤로하고 전차는 90도를 꺾어서 남쪽으로 운행합니다. 정류장도 이제 시내 큰 건물에서 주거지 사이사이 역으로 들어갑니다. 로프웨이이리구치 정류장(ロープウェイ入口停留場)에 이르면 삿포로의 야경을 느낄 수 있는 모이와야마 전망대(もいわ山展望台)로 갈 수 있습니다. 잠시 여기서 하차해봅니다. 그런데 차내에는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우산을 가지고 오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무료로 우산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정말 배려가 깊은 일본전차네요. 나중에 다시 돌려주는데 회수율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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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겨울 밤을 밝혀주는 삿포로 시전차 정류소의 일루미네이션. ⓒ 서규호


삿포로의 겨울 여행을 더욱 빛나게 할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야경을 사진 속에 담아봅니다. 홋카이도 3대 야경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삿포로시가 계획도시라는 것도 야경을 통해 알게 되죠.


다시 역으로 내려오면 열차가 들어옵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열차는 최신형 A1200형 열차 입니다. 기존의 전차 모양과는 다른 전차로 3개의 차량이 분리되어 운행하는 굴절식입니다. 이 열차를 부르는 애칭이 따로 있는데 바로 폴라리스(ポラリス, 북극성)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삿포로가 일본 최북단 최대 도시이다 보니 북쪽과 연관된 명칭이 많이 있습니다.
3량이 연결되어 운행을 해 굴절구간도 아주 편안하게 많은 인원을 태우고 운행이 가능합니다. 삿포로 시전차는 90도로 꺾는 구간이 있어서 이런 긴 전차가 한 번에 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굴절차량으로 회전을 합니다. 신형전차에는 1인석으로 마주보고 있는 좌석도 있는데 내부는 삿포로 전차만의 특이한 좌석 구조입니다.

열차 운행 정보
- 운행구간
스스키노 순환


- 1구간 균일요금 170엔

- 첫차 06:27 막차 22:25 (스스키노 정류소 기준)

또한 임산부나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있는데 보통 일본 열차에는 우선석(優先席)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노약자보호석(老弱者保護席)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경로석이 아니라 에티켓 운동의 일환으로 서 있기 힘든 사람들 즉 임산부나 장애인 그리고 아기동반승객 등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스스키노에 도착하면 짧은 삿포로 시내의 겨울 시전차 여행이 끝납니다.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의 발로 100여 년을 달려 온 삿포로 시전차의 겨울 여행. 스스키노역에서 오오도리공원으로 이어지는 일루미네에션을 보면서 여행을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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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겨울 아경을 즐길 수 있는 삿포로 모이와야마 전망대. ⓒ 서규호


덧붙이는 글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삿포로시전차 #삿포로여행 #삿포로겨울여행 #삿포로겨울관광 #일본철도여행전문가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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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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