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 외친 특검
433억 뇌물, 이재용을 옭아매다

[분석] 박영수 특검, 이재용의 돈을 박근혜 뇌물로 바꿔놓다

등록 2017.01.17 08:18수정 2017.01.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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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특검은 당연히 '뇌물'로 보고 있다. 형법상 뇌물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금품'으로 돼 있다. 여기서 '공무원'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 특검 출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 특검 출석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들은 '경제'보다 '정의'를 앞세웠다. 그리고 국내 최대 재벌총수이자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최고 경영자를 법정에 세운다. 죄는 크게 세가지다. 뇌물공여와 횡령 그리고 위증 혐의다. 뇌물로 판단한 금액만 433억원이다. 결코 적지 않다. (관련기사 : 박근혜-이재용 뇌물 퍼즐 맞췄다?)

당장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변 구속 여부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법무팀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는 별개로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법정 공방의 1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1) 돈의 성격은 뇌물이냐, 강요에 의한 돈이냐

1라운드에서 다툴 쟁점 가운데 핵심은 돈의 성격이다. 삼성에서 최순실씨 일가에 건넨 돈이 뇌물인지, 아니면 강요에 의해 어쩔수 없이 내놓은 돈인지가 중요하다. 돈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이 부회장의 법적인 지위 자체가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당연히 '뇌물'로 보고 있다. 형법상 뇌물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금품'으로 돼 있다. 여기서 '공무원'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삼성이 최씨에게 준 돈이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준 돈이고, 이 부회장은 이 돈을 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여기엔 단순 뇌물공여와 제3자 뇌물공여가 함께 들어있다.

물론 삼성은 그동안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과 함께 최씨 일가 승마지원 등도 대통령의 압박과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검에 앞서 조사를 벌였던 검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피해자로 본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과 삼성관계자 등의 조사를 통해, 삼성의 재단 출연금과 최씨에게 건네진 돈이 부정한 청탁을 위해 쓰여진 '뇌물'이라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과 승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 대해서 삼성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 뇌물 433억원의 의미...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공여 등 각각 200억 이상씩 왜?

특검 브리핑하는 이규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 및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특검 브리핑하는 이규철'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 및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유성호

특검이 이날 뇌물 액수로 433억원을 적시한 것도 눈에 띈다. 특검은 우선 삼성전자가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등에 낸 204억원과 장시호씨의 동계영재스포츠센터 16억여원 등 220억원을 제3자 뇌물공여로 판단했다. 삼성-최순실-박근혜의 삼각구도로 본 것이다. 제3자 뇌물공여의 경우 '부정한 청탁'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삼성은 청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 6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되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이나, 비슷한 시기에 삼성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최씨 일가를 지원하고 이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사실 등이 특검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특검은 삼성이 최씨 모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비덱스포츠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213억원을 뇌물 공여로 여겼다. 제3자 뇌물공여와 달리 단순 뇌물공여에는 최씨와 박대통령이 사실상 경제공동체가 입증돼야 한다. 이 특검보는 "경제공동체는 법률적 개념이 아니다"면서도 "조사를 통해 최순실과 대통령 사이에 이익의 공유관계가 상당부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과 최씨사이의 공모관계에 대해선 객관적 물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특검이 단순뇌물과 제3자 뇌물공여 등으로 각각 200억원이 넘는 돈을 뇌물로 규정했다. 법조계 주변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있다. 제3자 뇌물공여나 단순 뇌물공여 등에서 각각 200억원이 넘으니, 법원에서 둘중 하나만 인정하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3) 삼성이 낸 돈 정말 국민연금 합병의 대가일까

피켓 시위 벌이는 정의당 "이재용 구속하라"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자, 정의당 당원들이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 시위 벌이는 정의당 "이재용 구속하라"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자, 정의당 당원들이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뇌물죄 적용에서 핵심은 바로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공무원이 직무의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이 뇌물죄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비선실세인 최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있다.

특검이 16일 공개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의 대가 관계는 더욱 또렷해진다. 국민연금의 무리한 합병 찬성의 배후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6월 박 대통령이 직접 안 전 수석 등에게 '삼성 합병이 성사되도록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이는 문 전 장관에 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삼성은 그해 6월 독일의 정유라씨를 위한 지원계획을 만들었다. 국민연금은 7월 초 국내외 주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고, 박 대통령은 이후에 이 부회장을 만나 '승마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까지 했다. 국민연금을 움직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도움을 줬는데, 왜 적극 돕지 않느냐는 것. 대가를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실행을 요구한 셈이다.

이후 삼성은 독일에 박상진 사장을 보내, 최씨 지원에 더욱 적극 나섰고, 이후 케이스포츠재단과 장씨의 동계영재스포츠센터 등에도 거액을 지원한다. 이 부회장은 물론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원을 얼마나 설득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 특검 출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 등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 특검 출석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 등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부회장 #박영수 특검 #최순실 #비덱스포츠 #뇌물공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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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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