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5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 지키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유성호
"일반인들의 잘못은 용서되지만 정치인들의 잘못은 용서하면 안 된다. 나라가 망하기 때문.""색깔론 종북몰이 정말 지겹다."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처벌을 받았다면, 믿겠는가? 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특별히(?) 센 얘기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정치 관련 기사를 자기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위와 같은 말을 덧붙였다고 해서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되고 벌금형을 받은 교사들이 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현실을 공개한다.
2016년 4월 총선이 끝나고 한 보수단체는 교사 70여 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SNS에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거나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고발내용을 검토한 후에 자체종결 처리를 했다. 형사처벌할 정도로 심각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그 보수단체가 다시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2명을 무더기 기소하고, 33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시 교육청이 징계절차에 회부해서 징계를 받은 교사들도 있다.
정치기사를 자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하면서 의견을 덧붙이는 것은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누구나 정치적 의견은 있게 마련이고, 그 의견을 자기 공간에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교사, 공무원은 그런 행위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한마디로 교사, 공무원에게는 '입 닫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최근 각 정당의 국민경선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교사는 국민경선에도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해석이 나왔다. '국민경선'을 하는데 참여할 자격이 없다면, 교사는 국민이 아니라는 것인가? 뿐만 아니다. 과거 진보정당에 월 1만 원 후원금을 냈던 1500여 명의 교사가 재판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정치적 중립' 조항은 권리 박탈 목적이 아녔다 켜켜이 쌓여 있던 적폐를 청산하고 노동과 인권이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려면, 민주주의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정치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일체의 정치행위가 금지돼 국민이지만 국민의 권리를 박탈당했던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왜 대한민국의 교사와 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까?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과 관련해서 사회적 논쟁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논쟁의 핵심은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마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한 것은 이승만 정권이 공무원과 교사를 관권 부정 선거에 동원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결과였다. 그래서 4.19 혁명 직후인 1960년 6월 15일 개정헌법에서 이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헌법조항이 아니고, 국가권력이 교사와 공무원을 정치적으로 동원하지 말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조항인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교사·공무원에게도 시민으로서의 정치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교사·공무원의 정치 활동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사회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경우 연방의원 중 교사출신이 20%가 넘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는 OECD 주요국의 사례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