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회장단의 공약 포스터.
윤근혁
이 친구들이 2주간 아침, 점심, 저녁, 허겁지겁 밥 먹고 잠 줄이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던 학생들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왜 이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반면에 선거에 떨어진 기호 2번 쪽에서는 "이럴 수가 없어"라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고, 헛웃음을 짓는 학생도 보였습니다.
기호 1번으로 나와 1학년 부회장으로 뽑힌 남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선됐는데도 왜 좋아하지 않는 거죠?"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학생회장 후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왜 펄떡펄떡 뛰어다녀야 할 후배들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까? 회장으로 뽑힌 정지민 학생(2학년)에게 '주먹 같은 물음'을 날렸습니다.
- 왜 후배들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나요?"우리가 좋아하는 내색을 하면 떨어진 기호 2번 아이들이 마음 아파하잖아요. 그건 같이 선거운동해온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기분이 좋긴 한 건가요?"기분은 굉장히 좋죠. 작년부터 준비를 해왔는데 왜 좋지 않겠어요?"
선거전은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밖에 없는 전쟁입니다. 그런데 '승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생각할 줄 아는 16·17살 학생회장단. 이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장-정지민2학년 부회장-김지은, 김영조1학년 부회장-박종민, 최서영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이 선거전이 끝난 뒤에도 어른들은 '승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생각할 줄 알까요? 이전의 모습에 비춰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인신공격 없이, 돈 한 푼 안 쓰고 선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