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억짜리 금강유령공원, 장관은 말이 없었다

[이명박 4대강, 탄핵하자!] 4대강 독립군 현장탐사보도 2일차

등록 2017.06.01 20:14수정 2017.06.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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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을 탄핵하자' 특별 기획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진행합니다. 금강 현장은 김종술, 정대희 기자, 낙동강 현장은 정수근, 권우성, 조정훈, 김병기 기자가 취재합니다. 현장 기사는 오마이뉴스 SNS(페이스북 등)를 통해서도 동시에 송고합니다. [편집자말]
[6월 1일 오전 10시] 세금 126억 원 들인 '유령공원'



"풀숲인데, 공원이 있다고요?"

믿을 수 없었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는 우거진 풀숲 너머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공원이 있다고 했다.

"아~ 사람 말을 못 믿어! 따라 와봐!"

부여에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정원은 아니다. 사람이 찾지 않아 유령공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허허벌판은 아니다. 세금 126억 원을 들여 만든 초호화 공원이다.

감자밭이 있던 자리에 대리석이 깔렸다. 징검다리가 사라지고 나무 데크로 만든 다리가 생겼다. 비닐하우스가 헐린 벌판엔 축구장이 만들어졌다. 4대강 사업이 만든 모래 위 아방궁이다.


바람 소리만 요란하다. 공원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다. 적막하다. 웃자란 풀은 시설물을 삼켰다.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금강에는 이런 공원이 90여개가 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혈세가 새고 있다. 

"이거 보세요! 제가 살짝 힘줘도 부러지잖아요."


풀숲 뒤에 숨겨진 공원을 찾았다. 김종술 기자가 반달모양의 벤치에서 나무 데크 하나를 들어올렸다. 벤치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이빨이 나갔다. 썩은 벤치는 가볍게 힘만 줘도 으스러졌다.

김 기자가 땅을 팠다. 대리석이 파묻혀 있다며 흙은 걷어냈다. 거짓말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거무튀튀한 대리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만 이런 게 아니다. 공원 곳곳에는 숨겨진 대리석 바닥이 많다. 김종술 기자가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오전 11시] 곡소리 터져 나오는 황당한 축구장



곡소리가 났다. 축구장에 가다가 녹초가 됐다.

"아이고~ 죽겠다."

금강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타이머를 켰다. 축구장까지 가는 시간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등에서 땀이 흘렀다. 긴팔을 벗고 반팔차림이 됐다. 얼마나 걸었을까? 등 뒤로 저 멀리 주차장이 보이나 축구장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웃자란 풀숲을 가르며, 뚜벅뚜벅 걸었다.

15분 23초. 주차장에서 축구장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꺼풀을 적신다. 눈이 따갑다. 종아리가 풀에 배였다. 축구장에 풀이 허리춤까지 자라 있다. 축구 골대에는 거미줄이 얽히고설켜 있다. 금강에는 이렇게 버려진 축구장이 여러 개다. 죄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황당한 축구장이다.

[낮 12시] 금강에 투입된 수상한 물체

 녹조 제거를 위해 투입된 수차
녹조 제거를 위해 투입된 수차정대희

백제보 상류에는 수상한 물체가 있다. 고개를 갸웃했다. 멀리서 보면, 소금쟁이를 닮았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수차다. 물고기 양식장에서 봤던 거다. 금강에는 이런 수차가 여러 군데 있다. 물고기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서다.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가 발생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임시방편으로 들여놓은 게 수차다. 인위적으로 흐름을 만들어 녹조를 강물에 흩어지게 하는 거다. 이게 다 강의 흐름이 멈춰서다.

수차는 백제보 상류 500미터 지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종보 마리나선착장에도 있다. 모두 녹조가 심한 곳이다. 그렇다면, 왜 세금을 들여 수차를 샀을까? 김종술 기자의 설명은 이렇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거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수차가 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의 참상을 감추기 위해 수차를 배치한 거다. 눈속임용이다."

세간의 시선을 속이기 위해 들여놓은 수차는 세금으로 산 거다. 이명박 4대강이 낳은 참사, 적폐 청산해야 한다. 

[오후 2시] 찔끔 수문 개방, 효과는 '글쎄'

 1일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1일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강물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이 18°로 엎드렸다. 물이 쏟아져 나왔다. 시간당 2cm의 물이 하류에 있는 백제보로 달려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약 10시간 수문을 개방한다고 말했다. 공주보 상류의 수위가 20cm 낮아진다. 하지만 찔끔 방류로 녹조현상을 없앴을 수 있을까? 시커먼 펄과 붉은 깔따구, 실지렁이가 사라질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날 4대강 독립군은 페이스북 생중계로 생생한 현장을 전달했다. 이철재 기자의 마무리 멘트는 이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오후 4시 30분] 4대강 참사, 조경규 환경부 장관 "말 할 입장 아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김종술 기자의 손을 뿌리쳤다. 4대강 참사에 대해 환경부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몸으로 답했다.

"말 할 입장이 아니다."

조 장관이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끝으로 검정색 차량에 올라타 현장을 빠져나갔다.

상황은 이렇다. 1일 오후 16시 조 장관은 4대강 수문 일부 동시 개방에 따라 충남 공주보사업소를 찾았다. 이 소식을 접한 4대강 독립군은 4대강 참상에 대한 조 장관의 입장을 듣고자 공주보사업소로 향했다.

1차 인터뷰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차에서 내린 조 장관은 주변의 경호를 받으며,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가 4대강 참사에 대한 환경부의 책임론을 따져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2차 인터뷰는 4대강 독립군 이철재 기자까지 합세했다. 30분 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4대강 독립군과 조 장관은 김종술 기자가 작성한 질문지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4대강 사기극에 환경부가 동참한 거 아니냐!"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4대강 독립군의 목소리가 공주보사업소에 울려 퍼졌다. 인터뷰를 시도하려는 자와 말리려는 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 장관은 딱 한마디 "말할 입장이 아니다"란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멀어져 가는 차량을 보고 김종술 기자가 넋두리를 쏟아냈다.

"너무한 거 아니야. 4대강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한 마디도 못해주나. 썩은 물이 식수로 사용되는데, 환경부 책임자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금강의 수문이 열린 날, 공주보사업소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4대강 독립군 #4대강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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