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의 빅마마가 알려주는 특별한 복날 음식

[씨네밥상 21] 영화 <줄리&줄리아> 속 뵈프 부르기뇽

등록 2017.07.09 10:46수정 2017.07.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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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뵈프 부르기뇽과 꼬꼬뱅, 혀를 꼬아야만 발음할 수 있는 이 음식 이름이 친숙하다면 미국인으로서 프랑스 요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줄리아 차일드의 덕일 확률이 높다. 온갖 레토르트 식품을 데워 저녁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1960년대 미국, 섬세한 레시피가 가정에 전파되지 않은 시기에 프랑스 요리를 알리며 미국 요리의 대모가 된 줄리아 차일드.


그의 책 <프랑스 요리 예술 대가가 되는 법>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뵈프 부르기뇽, 꼬꼬뱅 등 생소했던 프랑스 음식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영화 <줄리&줄리아>(2009)는 1950년대 프랑스로 넘어가 요리를 배우고 요리책을 집필하는 줄리아 차일드와 2000년대 그의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하며 블로그 스타가 된 줄리 포웰의 실화를 교차해 보여주며 대표적인 요리 영화 목록에 올랐다.

남성 직업 요리사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미국에서 태어난 줄리아 차일드는 미국 공보원 책임자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1948년,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다. 맛있는 음식, 그중에서도 섬세한 프랑스 음식을, 특히나 사랑하는 줄리아 차일드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낙천적인 여인이다.

"뫼니에르 입니다."
"음… 버터냄새! 세상에, 이것 좀 먹어봐요."

미식의 천국 프랑스에서의 삶을 즐기지만 직업이 없이 가만히 놀고 있는 것은 그녀의 성에 차지 않는다.


"난 뭘 해야 하죠?
"무슨 얘기야?"
"다시 공무원이 되기는 싫고, 나도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곳 부인들은 아무것도 안해요. 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음… 먹기!"

프랑스 요리 강좌에 지원하는 그녀, 접수처의 담당자는 보통의 부인들이 듣는 취미반 수업을 권하지만 줄리아는 더 본격적인, 전문가 반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전문가반의 학생은 모두 남성에 직업 요리사, 그들 사이에서 뒤지지 않으려 줄리아는 하루 종일 양파 썰기 연습을 하고 앞장서서 랍스터를 죽이며 오리뼈를 가른다.


365일, 524개 요리 만들기 도전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그리고 2000년대 뉴욕에 살고 있는 줄리 포웰이 있다. 이제 서른살이 되는 그녀는 대학 시절 작가를 꿈꾸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9.11 테러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전화 상담을 하는 계약직 임시 공무원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누구보다 바쁘게 커리어를 닦고 있는데 본인만 정체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리가 왜 좋은지 알아? 확실한 것이 전혀 없는 하루를 지나고, 그야말로 전혀 없었는데 집에 오면 확실히 알 수있어. 달걀 노른자와 초콜릿, 설탕, 우유를 섞으면 걸쭉해질 거라는 사실을. 그 사실이 위안이 돼."

남편과 한 마리의 고양이와 사는 줄리의 유일한 취미이자 위안은 바로 요리, 그녀는 자신도 뭔가를 성취해야겠다는 생각에 요리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한다. 그녀가 좋아하던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통째로 마스터하는 도전이 주제다.

"8살 때 아빠 상사를 집으로 초대하는 중요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어. 어머니는 뵈-프 부르기뇽을 만드셨지. 그냥 뵈프 부르기뇽이 아니라 줄리아 차일드의 뵈-프 부르기뇽이었어. 그녀가 거기 있는 것 같았어. 줄리아가 거기 있었어. 그 방에 커다랗고 착한 요정이 우리 편으로 있었고 모든 일이 잘 됐어."

줄리아 차일드의 책에 있는 524개의 요리를 365일만에 전부 도전하기.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요리를 취미로 할뿐인 줄리가 1년 안에 그 많은 요리를 하는 것이, 또 블로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가능할까?

'조신한 외조' 남편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그런데 미국 요리의 대모 줄리아 차일드 또한 결혼 전에는 요리를 전혀 못 했으며 마흔이 넘어서야 르 꼬르등 블루를 수료했다는 사실, '전문가도 아닌' 기혼 여성이 자신의 열정을 밀어붙여 미국 요리사의 한 획을 쓰게 된 것이다. 자기만의 성취를 새롭게 일궈내는 3040 기혼 여성들의 이야기는 드물기에 줄리와 줄리아의 이야기는 더욱 의미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이 두 명의 여성 옆에서 '조신하게' 외조하는 남편의 역할이다.

"스토브 앞에 있는 줄리아를 보는 것은 교향악단의 케틀 드러머를 보는 것 만큼 매력적이야. 오븐 문이 열렸다 잽싸게 닫히고 눈깜짝할 새에 수저를 냄비에 넣었다가 맛을 보려고 입으로 가져가고 완벽한 타이밍에 드럼을 치듯 냄비를 두번 두드리지. 그리고 맨손으로 끓는 냄비에서 카넬로니를 잽싸게 건져내며 이렇게 소리쳐. '이 썩을 것이 발기된 그것만큼 뜨겁네요!'"

남편의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하루 종일 요리를 배우고,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 까지 음식 생각만 할 만큼 요리에 푹 빠진 줄리아는 미국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책을 내기로 한다. 영어로 된 읽을만한 프랑스 요리책이 전혀 없던 시기이기에 계량법까지 직접 변환해야 하는 큰 작업이다. 이미 영어로 된 프랑스 요리책을 집필하고 있던 시몬느 벡과 루이제트 베르톨이 줄리아 차일드를 영입하며 책 만들기에 박차가 가해진다.

"이런 요리책이 될 거예요. 요리사가 없는 미국인들이 프랑스 요리를 직접 하게 해주는…, 하인이 없는 사람, 모든 이들을 위한 프랑스요리!"

요리책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만 8년, 그렇게 나온 책이 <프랑스 요리 예술 대가가 되는 법>, 줄리 포웰이 블로그로 도전하는 그 책이다. 출간 즉시 대대적인 히트를 치며 대중들에게 프랑스 요리를 알렸고 '미국 집밥'의 수준을 올렸으며 줄리아 차일드는 이후 TV 요리 프로그램을 10년간 맡아 진행하며 미국 요리의 대모가 됐다.

"당신은 내 빵의 버터이고 내 인생의 숨결이야"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영화 <줄리&줄리아>(2009) 중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그렇다면 줄리아 차일드에 푹 빠진 줄리 포웰의 도전은 어떻게 됐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365일 동안 524개의 요리 도전하기는 성공한다. 비록 딘 앤 델루카에서 월급을 반을 써버리고 우족을 삶아 젤리를 만드려다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살아있는 랍스터를 죽이는 일 등은 끔찍했지만 전반적으로 줄리아 차일드의 레시피를 따라한 그녀의 요리는 맛있었으며 무엇보다 블로그가 대박을 친 것이다.

그녀의 블로그를 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는 <뉴욕타임스>에 인터뷰가 실리고 온갖 언론·잡지·출판사 에서 연락이 빗발쳤다. 성취감 없이 서른 살 생일을 맞을까 두려워 하던 그녀는 이제 옛날 소원대로 작가, 그 중에서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작가(Food Writer)가 됐다.

1960년대의 줄리아 차일드가 2000년대를 사는 줄리포웰의 힘이, 꿈과 용기가 되어 준 것이다. 줄리 포웰은 1년간 도전을 지켜보고 응원해준 남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줄리아차일드의 말을 그대로 빌려서 말이다.

"당신은 내 빵의 버터이고 내 인생의 숨결이야."

[씨네밥상 레시피] 영화 <줄리&줄리아>의 뵈프 부르기뇽

 영화 줄리&줄리아의 뵈프 부르기뇽
영화 줄리&줄리아의 뵈프 부르기뇽강윤희

복날 맞이 영화를 <줄리&줄리아>로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뵈프 부르기뇽' 때문이다.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의 이 음식은 소고기를 와인과 육수에 넣고 오븐에서 3~4시간 푹 익혀 만들어진다.

오래도록 익혀 부드러운 고기는 입에서 녹고 와인과 육수, 허브가 더해진 소스는 향기롭고 녹진하다. 비록 무더위에 오븐을 오래도록 키고 있어야 하지만 삼계탕을 만들려고해도 땀을 빼야 하기는 마찬가지이며 곰탕에 비하면 약과다.

보양식이라는 게 원래 만드는 이의 땀을 빼서 다른 이를 살찌우게 하는 음식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들어가는 시간 만큼이나 맛있고, 의외로 과정도 그렇게 어렵게 않다. 프랑스에서는 가정식으로 즐겨 먹는다. 더위에 지친 체력 보충에는 역시 소고기 아닌가. 사태나 양지 등 소고기 중에서도 저렴한 부위로 만들 수 있지만 결과물은 꽤나 그럴싸하기 때문에 더욱 즐거운 요리다. 그럼, 본 아페티.

재료 분량 : 4~5인분
재료 : 소고기(양지나 사태) 1.2kg, 당근 1개, 양파 1개, 베이컨 6장. 밀가루(중력분) 2큰술, 레드와인(브루고뉴, 보르도, 끼안띠와인 중 풀바디 와인으로) 3컵, 비프스톡 3컵(시판 액상이나 고체 비프스탁 사용, 치킨스탁으로 대체 가능), 토마토페이스트 1큰술, 마늘 3쪽, 타임 2줄기 (말린 타임의경우 1/2작은술), 월계수잎 1장, 양송이버섯 400g, 버터 2큰술, 올리브오일·소금·후추 적당량씩

1. 소고기는 사방 5~6cm 덩이로 자른 뒤 키친타올에올려 핏물을 뺀다. 
2. 당근은 1~2cm 두께로 자르고 양파는 얇게슬라이스 한다. 베이컨은 1cm 너비로 자른다.
3. 끓는 물에 베이컨을 넣고 10분 가량 끓여 기름과불순물을 제거하고 건져낸다.
4. 오븐을 230℃로예열해 둔다.
5. 오븐에 넣어도 되는 두꺼운 냄비(주물냄비, 더치오븐 등)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중불에서 달궈 베이컨을 넣어 옅은 갈색이 돌 때까지 2~3분 볶는다.

6. 베이컨이 옅은 갈색을 띄면 건져내 다른 그릇에 잠시 두고 기름이 남아있는 같은 냄비에 소고기를 굽는다. 소고기 표면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되도록 사방을 구운 뒤 꺼내 베이컨과 같이 둔다.
7. 같은 냄비에 당근과 양파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은 뒤 불을 끈다.
8. 냄비에 아직 기름이 남아있으면 따라낸 뒤 당근과 양파, 베이컨, 소고기를 다시 냄비에 모두 담고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밀가루 2큰술을 넣고 뒤적여 섞는다.
9. 냄비의 뚜껑을 연 채 그대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4분간가열한 뒤 꺼내 한 번 뒤적여 섞고 다시 오븐에 넣어 4분간 익힌다.
10. 오븐에서 냄비를 꺼내 다시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다. 그 사이에 오븐 온도는 150℃로 낮춰 예열해둔다. 와인과 비프스탁, 토마토페이스트, 마늘 타임, 월계수잎을 넣고 잘 섞어 중불에서 끓인다.

11. 육수가 끓어 오르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다시 오븐에 넣고 3~4시간 가량, 소고기 살이 포크로 부드럽게 찢어질 때까지 익힌다.
12. 그 사이 버섯을 볶는다. 달군 팬에 버터 2큰술, 올리브유 1큰술을 녹여 4등분한 양송이 버섯을 넣고 익힌다. 버섯의 표면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될 때까지 버섯을 휘젓지 않고 그대로 둬야 물이 빠져 흐물흐물해지지 않는다. 버터와 기름을 흡수하고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되면 팬을 흔들어 고루 섞고 불에서 내린다.
13. 고기가 부드럽게 다 익었으면 내용물을 체에 받쳐 건더기는 따로 두고 소스만 걸러낸다. 걸러진 소스를 냄비에 부어 약한 불에서 끓이면서 위에 뜨는 기름을 제거한다. 소스가 어느 정도 걸쭉한 점도가 될 때까지 5분가량 뭉근히 끓인다. 소스의 총양은 2와 1/2컵 정도가 된다.
14. 냄비에 소고기와 베이컨, 야채 등의 건더기와볶은 버섯, 소스를 모두 담아 3분가량 다시 끓인 뒤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매쉬드포테이토나 바게트 등을 곁들이면 좋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강윤희는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시피 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줄리&줄리아 #뵈프 부르기뇽 #줄리아 차일드 #보양식 #복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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