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이 4일 ICBM을 발사해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방침이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화 의지를 나타냈어요.
"베를린 선언은 통일 시대에 대비해 한국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하고 또 더 나아가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갖기 위한 첫 번째 초석이죠. 그 방향을 제시하고 프레임을 짜고 기초 공사를 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베를린 선언은 이후 북한이 비정치적, 비군사적 부분에서 문을 열어주기만 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사회 문화 경제 교류 차원에서 우선 접근하겠다는 거예요. 나름대로 현실적 접근 경로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북한과 쉬운 대화를 먼저 착수하고 궁극적으로 평화 비핵화, 중국이 얘기한 '쌍궤병행'이라고 얘기하는 프레임까지도 수용하겠다는 담대한 선언이에요. 문제는 실행이죠. 선언 자체는 훌륭했어요. 지금 선언했다고 바로 뚫리지는 않아요.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 문재인 정부에 기대했던 것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인데, 지금까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일단 북한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대화 제의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 내 갇혀있는 지도자예요. 그러다 보니 전쟁 준비밖에 할 수 없어요. 어떤 식으로 외교의 공간으로 안내해 올 것인가, 이 부분에서 조금씩 문은 열리고 있다고 봐요.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트럼프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표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북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유혹적 대안을 준비해야 됩니다. 또 한 가지, 압박을 하더라도 조금 더 북한 지도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압박과 유혹, 유화 등의 결합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압박 따로, 대화 따로 무원칙하게 일관성 없이 하니 뭘 해도 효과가 없었어요."
-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리라고 보십니까.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큰 그림은 잘 그렸는데, 현재의 고착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 제안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후자에 소극적이었던 보수 정부들보다 전향적입니다. 하지만 북이 현재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이나 축소 등과 관련해 아예 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면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으로 허송했던 지난 시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대화 복원을 위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호응하고 나올 만한, 보다 적극적 제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나 인도적 지원 등 교류협력으로부터 시작해 정치·군사적 문제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정치적·군사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조치와 함께 교류협력 분야에서도 북이 호응해 나올 만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제안하고 북한이 실제로 호응할 때 남북관계 복원이 시작될 것입니다."
"사드, 모호성 추구하다 복잡성 초래... 결과 좋지 않아"-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G20 정상회담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첫 외교, 어떻게 보셨어요?"국제 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존재감을 높였죠. 앞으로 북핵 문제 주도권 행사와 안보 당사자가 한국이라는 점을 확인한 건 성과예요. 반면 아주 악화된 환경이 확인됐어요. 우선 한미일이 3국 정상회담 선언문을 발표한 건 처음 있는 일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공동성명 발표했죠. 한미일-중러, 이런 프레임 말이에요. 앞으로 칼날 위를 걷는, 동아시아의 나쁜 프레임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거죠.
그리고 사드 배치를 비롯해 안보 문제에서 문 대통령께서 다소 많이 나가셨어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며 중국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하고, 또 한미일이 사실상 중국 견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공동규범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다'는 표현 등은 향후 동맹만 중시하다가 자칫 중국과 멀어질 수 있어서 위험이 크죠. 명분은 얻었지만 앞으로 실제 성과를 얻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는 점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이라 할 수 있죠."
-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배치하겠다고 했잖아요. 왜 바뀐 걸까요?"전략적 모호성은 선거 때 구호였습니다. 그것도 주로 사드 문제 같은 의제에 '모호성을 유지하겠다. 그리고 집권하면 다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 대통령이 된 뒤로는 그 말을 외교기조로 쓰진 않았어요. 전략적으로 모호해 보이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자꾸 모호해지면 다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당하고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더 구체화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건 청와대가 안정되는 대로 서서히 갈 것이라 봅니다."
- 하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 못 박아 버리면 어느 한쪽과 관계가 나쁠 수밖에 없으니 차라리 모호성이 낫지 않나요?"그게 집권 초의 분위기였죠. 그때 사드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도 하고 결정 과정도 재검토하겠다고 하니 어느 한쪽과 가까워지지 않고 양쪽과 다 멀어졌어요. 지금 중국의 경제적 압박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빨리 결정하라는 독촉이 날라왔죠. 결국, 모호성을 유지해서 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반대로 됐어요. 5월의 태도가 6월쯤 되니 미·중 양쪽의 더 강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해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굴복해 버리는 양상이 된 게 전략적 모호성이 실패한 결과죠. 더 이상 그 전략은 쓰면 안 되죠. 이건 벌써 6월 말에 입증된 거죠.
그런 것보다는 제 생각에 이왕 사드 문제를 결정하겠다면 '6개월 내지 1년간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니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주권사항이다. 왜 자꾸 독촉하냐. 민주적 절차와 적절성 여부 재평가, 우리가 입장을 결정하고 협의하겠다. 그리고 여차하면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공론화해서 국민 요구에 따라서 대통령이 판단하겠다'고 나가면 되죠. 이게 무슨 환경영향평가 한다면서 사드 배치 철회 안 하고 국회 공론화는 하겠다고 하니 어느 말이 진짜인지 이건 모호성이 아니라 복잡성이 되었어요. 그래서 복잡하게만 만들었다는 면에서는 결과가 안 좋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