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은 2016년 10월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효자손 어르신 축제 때 모습.
연합뉴스
사실 원래부터 구태의연한 것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이가 주는 '아재스러움'이 있는 것도 알기에 조금 걱정했는데 저렇게 말해주며 미소를 날린다. 그리곤 또 평소와 다름없이 엘리베이터에 탄 모든 직원들의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무슨 부서에서 일하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이럴 때보면 또 그냥 아재다...
보통 나이가 들면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에 대해 공고해지고 이 경계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배타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남의 이야기, 특히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한다. 그건 이념이나 가치관을 떠나서 '어르신'들에게서 보이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른바 꼰대가 돼 가는 것이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성공적이었을수록 그 경계는 높아지고 단단해지며 이를 벗어난 것들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박원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내 예상은 틀린 것이 돼 버렸다. 그와 일할 때는 진짜 곡소리 나지만, 그는 자신을 설득해주길 원하고 끝까지 듣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역시는 역시'란 생각을 하게 된다(그러나 사실 그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비밀...).
사실 모자를 쓰고 안 쓰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공고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한 우리 사회에 사장님은 적합한 '아재'가 아닌가 한다. 이 아재야 말로 '구태유연'의 끝판왕이 아닐까?
좀 낡으면 어떠랴?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데!
* 구태유연: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연륜이 쌓여 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굽힐 줄 아는 사람 또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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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쓴 서울시 공무원, 박원순 반응은 '예상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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