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30일의 개성공단 착공식.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자영업자들이 몇 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만약 임대료가 10년간이나 면제된다면, 자영업자들한테는 숨통이 트이는 일일 것이다. 당장에 장사가 안 된다 해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경영전략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는 토지 사용료가 10년간이나 면제됐다. 그곳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었을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 임대차 계약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토지 사용료가 얼마나 부과됐을까? 통일부가 발표한 위의 글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에 기업이 입주해 생산·상업 활동을 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평방미터(㎡)당 0.64 US달러의 토지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 합의했다."토지 사용료는 1년 단위로 부과된다. 사용료가 1년에 1평방미터당 0.64달러라고 했다. 1월 5일 기준으로 1달러는 1064.5원이다. 0.64달러면 681.3원이다. 681만 원이 아니라 681원이다. 토지 사용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식탁 너덧 개를 놓은 5평 정도의 조그만 분식점들이 많다. 5평이면 16.5평방미터다. 1년에 1평방미터당 임대료 681원만 내도록 한다면, 이런 식당의 연간 임대료는 1만 1236원 밖에 안 된다. 연간 임대료가 이 정도라면, 자영업자들은 웬만한 경제적 한파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는 노동자 월급도 낮다. 사업 개시 당시, 월 최저임금이 50달러였다. 사회보험료 7.5달러를 합하면 월 57.5달러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월 6만 1209원이다. 월 60만 원이 아니라 월 6만 원 정도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보다는 많이 받는다.
물론 개성공단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같은 보수 정권이 집권할 경우에는, 언제 어떤 이유로 공단 출입 자체가 제한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을 감안한다 해도 개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토록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는 세계 어디서도 만나기 힘들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이보다 더 나은 기회의 땅은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사업이 끊긴 지금도 여전히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협회까지 만들어서 개성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개성공단이 기업들에게 이익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 퍼주기에 불과했다면, 그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이 막히는 날 춤추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개성으로 돌아가지 못해 슬퍼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별 이익이 없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기업들뿐 아니라 민족적으로도 수지맞는 장사다. 이것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이 점은 독일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한 1871년 독일 통일도 그 같은 경제 협력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경제적으로 한식구 되면, 정치적 통일도 재촉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