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다 죽는다? 낙동강 수문은 왜 닫혔나

[주장] 특정세력에 의해 민심 왜곡... 3.1절, '4대강 독립 만세'를 외치는 이유

등록 2018.03.02 00:27수정 2018.03.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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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삼일절을 기념하는 봄비다. 이 봄비는 여느 봄비와 달리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농민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바이지만, 필자에게는 특히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4대강 독립'의 길로 성큼 다가가게 할 봄비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큰 기조 중의 하나가 '4대강 재자연화'였다. 이는 국민적 열망의 반영이자, 촛불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이를 정책에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4대강 보 개방을 방해하는 세력들

그 수순으로 4대강 보 개방 지시가 두 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1일에 한 차례 수문개방이 있었고, 이후 지난해 11월 13일 2차 수문개방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6월의 1차 개방에서는 개방 폭이 크지 않아서 이른바 '찔금 개방'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낙동강 보의 개방이 이루어진 날이다. 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낙동강 보의 개방이 이루어진 날이다. 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다가 지난해 11월의 2차 개방에서는 개방 폭이 비교적 컸다. 금강과 영산강은 모든 수문이 열렸다. 그러나 유독 낙동강에서만 개방의 개수도 적었고, 그마저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기막힌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 사태를 초래한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일부 세력들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1차 개방 때 낙동강 강정고령보 주변에는 여러 장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수문 개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체육회나 부녀회, 새마을협의회, 이장협의회, 번영회, 한국농업경영인회 등의 이름으로 내걸렸다.

"대책없는 보개방에 달성농민 다 죽는다", "강정보 개방 결사반대한다", "이 가뭄에 달성보 개방은 미친 짓이다" 


현수막 문구는 반대 이유로 농민 핑계를 댔다. 농사 지을 물도 부족한데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였다.

 대구지역 단체들이 내건 '보 개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대구지역 단체들이 내건 '보 개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당신들이 농민들을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첫 일성이었다. 필자 역시 농민의 자식이고, 도시로 나와 직접 텃밭농사도 지어본 사람으로서 농사에 물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에 동조해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당시의 정부 방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농사짓는 농민들을 배려해서 보 개방 폭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선택했다. 4대강 보의 수위는 순서상으로 관리수위, 어도 제약수위, 양수 제약수위, 지하수 제약수위, 하한 수위, 최저 수위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에서 '양수 제약수위'란 것은 국토부의 정의가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로, 농업용수 공급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문을 연다는 뜻으로 당시 개방 폭은 딱 그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영농철인 6월 농업용수 공급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은 수준의 조심스러운 개방이었던 셈이다.  
 4대강 보 수위의 정의. 양수 제약수위란 것은 농사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다.
4대강 보 수위의 정의. 양수 제약수위란 것은 농사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다시 수문이 닫히다...일부 단체와 언론이 만든 합작품

그런데도 경상도 지역 일부 단체들은 엉뚱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것을 지역의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그것이 지역의 여론인양 호도되어 정부는 보 개방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왜곡된 여론의 반영 결과 지난해 11월의 2차 개방에서는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단 2개만 열리는 초라한 개방이 결정되었다.

당시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수문은 큰 폭으로 열렸다. 그로 인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래톱이 돌아오고, 새가 찾아오고, 지천이 살아나고 수달이 찾아오는 등 낙동강의 생태계가 되살아난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MB와 문대통령께 꼭 보여주고 싶은 영상 ... 이것이 부활한 낙동강이다 )

정부는 보 개방을 통해 실제로 환경단체와 하천 전문가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를 검증해보고자 했다. 강을 실제로 흐르게 했을 때 강의 하상이나 유속, 수질, 보의 안정성 등을 보 개방 전과 비교 분석해보고자 했다.

그를 통해 올해 연말 4대강 보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보 개방이나 철거에서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처럼 일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기조하에 세워진 나름 조심스러운 선택이었다.

 2차 수문개방이 이루어져 낙동강이 막 되살아나고 있을 무렵.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과 한농연 소속 농민들과의 간담회가 열렸고, 이를 지역 보수언론에서는 대서특필 했다. 가뭄으로 인한 영향을 마치 보를 개방해서 작물이 시들었다며 왜곡된 여론을 만들어냈다.
2차 수문개방이 이루어져 낙동강이 막 되살아나고 있을 무렵.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과 한농연 소속 농민들과의 간담회가 열렸고, 이를 지역 보수언론에서는 대서특필 했다. 가뭄으로 인한 영향을 마치 보를 개방해서 작물이 시들었다며 왜곡된 여론을 만들어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의 추경호 의원과 한농연 조직이 움직였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 1월 한농연 소속 농민들을 불러 보 개방과 관련된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또다시 지역의 보수언론에 주요하게 보도 되고 그것이 지역의 일반적 여론인양 호도됐다.

특정세력에 의해 왜곡된 농심

그러나 당시 필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주장은 철저히 왜곡된 일방적 주장이다. 그들은 2월 중순이면 양수장을 가동해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겨울 밭작물의 피해가 없을 거라면서 양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문을 개방한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 실렸던 달성군의 현풍양수장 주변의 농민과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를 통해 확인한 바 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낙동강변 옆 대구 달성군 현풍면 원교리의 현풍들의 보리밭. 이 들은 대부분 보리밭이고 이곳에는 실지로 마늘과 양파밭이 많이 없고, 이곳에 물을 대는 것도 땅이 녹고, 양수장이 가동하는 시기인 4월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 농민의 증언이었다.
낙동강변 옆 대구 달성군 현풍면 원교리의 현풍들의 보리밭. 이 들은 대부분 보리밭이고 이곳에는 실지로 마늘과 양파밭이 많이 없고, 이곳에 물을 대는 것도 땅이 녹고, 양수장이 가동하는 시기인 4월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 농민의 증언이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월말 낙동강 바로 옆인 대구 달성군 현풍면 원교리의 시금치밭에서 작업을 하던 농민을 만나 확인을 해보니 그는 "농사에 물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르면 3월 말이나 4월 초에 가서 물을 공급해주면 된다"면서 "지금은 땅이 얼어서 물을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양수장이 가동이 되는 그때 물을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화를 통해 확인한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 관계자 또한 올해 양수장 개방은 4월 말에 계획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즉, 모내기철이 다가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되어야 현풍양수장 양수기가 시동을 건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경호 의원과 한농연 소속 일부 농민들의 의도는 성공을 한 셈이 된다. 결국 정부는 그들의 의도대로 지난 2월 2일 합천보 수문을 닫아 걸었다. 당시 수문개방 문제를 관리하던 환경부는 제대로 검증도 해보지 않고 일부 세력의 주장에 동조해준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필자를 포함해 환경단체와 농민 등 이해 당사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후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합천보의 수문의 닫혀 현풍양수장에서 양수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양수장은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합천보의 수문의 닫혀 현풍양수장에서 양수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양수장은 가동되고 있지 않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당시 수문개방을 통해 드러났던 양수장의 양수구가 합천보 담수로 인해 다시 물에 깊게 잠기게 된 지금까지도 양수장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4대강 독립'의 날을 생각하다

봄비 내린 삼일절을 맞아, 지난 수개월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4대강 보 개방이란 것은 이른바 '4대강 독립'의 초석이다. 영남의 젖줄이자, 인간을 비롯한 뭇생명들의 목숨줄과도 같은 4대강이 저 죽임의 보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4대강 독립'이다. 이명박이 세운 저 녹조라떼 제조시설인 죽임의 보로부터 강의 뭇생명들이 해방되는 그날이 바로 4대강 독립의 날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에 강력히 저항한 날이 삼일절이다. 그 삼일절을 맞아 '4대강 독립운동'을 생각한다. 그리고 삼일절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기미년 삼일 독립만세를 외쳤던 그러한 각오로 '4대강 독립운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본다.
 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현재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촬영 현장이다. 낙동강에서 지난 2월 초 취재 모습.
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현재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촬영 현장이다. 낙동강에서 지난 2월 초 취재 모습. 오마이뉴스 안민식

4대강 사업의 핵심 지역이 낙동강이듯 '4대강 독립운동'의 핵심은 바로 낙동강이 흐르는 이곳 영남지역이다. 이곳의 왜곡된 여론을 바꾸어내고 낙동강이 예전처럼 유유히 흐르게 하는 그 길이 4대강 독립을 완성하는 길이다.

삼일절을 맞아 4대강 독립을 방해하는 세력에 맞서 당당히 외쳐나갈 것이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 정신으로 4대강 독립 만세를 외쳐나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간들과 야생동식물과 같은 뭇생명들의 목숨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살고 싶다! 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청와대 앞에서 열린 보 수문 추가개방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살고 싶다!4대강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청와대 앞에서 열린 보 수문 추가개방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힘차게 외쳐본다.

"대한독립 만세!!! 4대강 독립 만세!!!"

'4대강 독립운동'에 동의하고, 그 길에 동참하는 작은 통로가 있다. 다음 같이가치 모금함(관련 링크 - 다시 돌아온 녹조라떼, '4대강 독립운동'에 동참해주십시오)으로 들어가서 지지의 뜻을 밝혀주면 된다. 영남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4대강 독립군들에게 작은 힘이 되주시길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0년 간 4대강사업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고발해왔습니다. 이 글은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낙동강 #보 수문개방 #달성군 #4대강 독립운동 #삼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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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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