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케미' 맞을까

[황 기자의 한반도 이슈] 실용주의·목표 지향주의라는 공통점 주목

등록 2018.04.07 20:21수정 2018.04.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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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시진핑과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진전하고 중요한 변화가 많이 발생해 그간의 동지애로나 도의적으로나 제때에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상황을 통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달 26일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한 말들이다.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시 주석이 자신의 특사로 평양에 보낸 쑹타오를 만나주지도 않았던 그가 '너무도 마땅', '동지애로나 도의적으로나 제때에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시진핑 주석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방중 자체가 이미 시 주석의 체면을 한껏 올려준 것이었다. 게다가 면전에서 '비핵화 의지'까지 천명했으니, 시 주석으로서는 금상첨화였다.

북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과 곧 이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G2의 한축인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 나름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은 상태다. 러시아측은 '일단'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 맞서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성사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북러 정상회담은 필연적이다. 이미 김 위원장은 리용호 외무성을 오는 9일 러시아에 보내기로 했다.

트럼프에 대한 문재인의 '칭찬 화법'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됐다"(지난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어제 남북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공이 있다. 지금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생각하시기에 트럼프의 공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1월 10일 신년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은 이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리는 '칭찬화법'을 쓰고 있다.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응수하면서 '말싸움' 벌어진 국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나 통화할 때, 10마디 대화를 한다면 8, 9마디는 트럼프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마지막 한두 마디에 자신의 요구사항을 넣는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이렇게 하는 것일까.

"작년에 대통령을 만났을 때 트럼프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일반적으로 '충동적인 사람'이라고 했더니, 대통령께서는 '그렇지 않다. 정치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 나름의 틀과 방법이 있다면서 상당히 존중하는 태도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살아온 이력과 개인적 성격이 다르지만 트럼프도 문 대통령이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고, 그래서 신뢰가 쌓이게 됐을 것이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처럼 문 대통령은 '종류가 다른'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추고 있는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연거푸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혀, 문 대통령의 행보를 가볍게 해줬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전한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곧바로 수락한 것은 그 백미라 할만하다.

구조적인 차원의 케미 높아...31살 나이차나 경험차이, 문제 안될 가능성 높아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현재의 갈등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의 '케미'는 어떨까.

구조적인 차원의 케미는 높은 상황이다. 두 정상 모두 일련의 '정상회담'들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간접적으로, 시진핑 주석에게는 직접 '비핵화'의지를 밝혔다. 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장사꾼'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철시키면서 '체제 안전보장' 등의 성과물을 얻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고강도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뜻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어느 때 군사적 충돌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전상태'를 탈피하는 '평화체제'를 만들거나 또는 그 교두보만 확보해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해체했다는 점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역사적 업적을 성취하게 된다. 또 이는 개인의 영광을 떠나, 정체 상태인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김정은 면담자들, 30대인 그와 나이차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은 차원에서 보면, 두 정상은 '실용주의', '목표 지향주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사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강성대국'을 주창했던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어느 정도 먹고는 살고 휴대폰이 500만대인 상황에서도 '강성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또 '관계개선 의지'표명이라는 목표를 위해 과감하게 자신의 친동생을 남쪽에 파견했다. 문 대통령 역시 '형식'은 배제하고 일 중심으로 움직이는 실무형이다.

나이 차는 큰 편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31살 많아 아버지 뻘이다. 18살 차이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보다도 훨씬 차이가 크다.

이런 나이 차이가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나, 이종석 전 장관이 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이들'은, 30대인 그와 나이차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의 국가원수라는 점 때문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젊은이의 치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이들이 누구인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지난 3월 초에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던 대북특사단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72세고, 서훈 원장은 64세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온갖 일을 다 겪은 이들이 이렇게 평한다면, 나이나 경험차이는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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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8 남북-북미정상회담 : 평화가 온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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