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1월 보도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부(함경북도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와 '핵시험-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 중지'는 대외용, 정확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이는 우선, 핵문제에 대한 가장 최근의 북미간 합의였던 2012년 '2․29' 합의보다 진전된 것이다. 당시 합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및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에 대한 유예(모라토리엄)'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훨씬 진전했다.
특히 ICBM 발사 중지는 미국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우선적으로 신경 쓰는 것이 바로 북한의 ICBM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 즉 소련이 붕괴한 이후, 미국을 직접 겨냥해 핵을 실은 ICBM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북한이 처음이었고, 사거리만 놓고 보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ICBM 능력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증시키지 못했음에도 북한은 지난 해 11월 29일 서둘러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고, 이 '미완성'이라는 틈이 미국과 북한의 협상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미 완성됐고, 핵·미사일 능력을 완비했다면 협상 여지는 사라졌을 것이다.)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는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이 ICBM 능력을 완성하지 못했고, ICBM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CBM의 추가 시험발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에게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ICBM 능력 완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선언은 미 행정부에 매우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사항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에게 밝힌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이라는 내용에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뺀 데다, '구두 선언'이라 아니라 '문서 약속'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는 동시에 지난 3월 말 ~ 4월 초에 평양에 들어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구했던 것에 대한 '화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 발표에 대한 트위터에 글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모두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 부지를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합의'(agreed)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에 대해 '6차례 핵 실험을 통해 지반이 붕괴하는 등 이미 노후화된 곳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전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 남주홍 경기대 교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면서,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로 볼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또 이 대목을 결정서의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과 연결시켜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석하는 주장도 있다. 요약하면 북한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북, '미래 핵 포기-현재 핵 동결 시작' 카드 제시... 트럼프가 답할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