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왜 중국 뺀 '남북미' 종전선언 말했을까

[황 기자의 한반도 이슈]‘남북정상회담 전격 성사’ 배경과도 관련

등록 2018.05.28 17:48수정 2018.05.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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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한 남북정상회담 관련해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주체를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로 명시했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제외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아예 종전선언 논의 대상에서 중국을 뺀 것이다.

중국은 1953년 한국전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데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중국 학자들, 종전선언 참여-평화협정 체결시 주한미군 문제 논의 주장"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 A 박사는 "최근에 중국 학자들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한국전)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해야 하며, 평화협정 체결 때 주한미군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며 "중국은 (체제 특성상) 위에서 지침 내려오면 정부관계자는 물론 학자들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는 점에서 이건 중국 정부 방침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미동맹과 그 상징물인 주한미군을 '냉전시대의 산물'로 인식하면서,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은 철수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북한과는 차이가 크다.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고 북미관계 개선이 현실 문제로 다가서자, 미국의 영향력이 휴전선 이남이 아니라 바로 코 밑인 압록강-두만강 선으로 올라오는 상황을 우려하는 중국이 이에 대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편지', 전격적인 27일 남북정상회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3월과 5월 방중, 특히 5월 방중에서 중국은, 이같은 입장을 김 위원장 측에 강하게 제기했으며, 우리 측에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 사령탑 왕치산 "한반도 문제, 확실히 중국 이익과 관련"

두번째 정상회담 마친 남북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와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번째 정상회담 마친 남북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와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청와대

지난 25일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자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한반도 문제는 확실히 중국의 이익과 관련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배제당하는 일 없이 적극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이라는 국제무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전 선언 논의부터 중국을 참여시키면 어떨까? 문제는 가뜩이나 중국 견제 입장이 분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이를 동북아에서 중국과의 경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주한미군 문제까지 연동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예민함이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 등 여러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로 만난 다음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시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플에이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문제 등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로부터 이틀 뒤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던 것은 직접적으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배후에 있는 중국도 타깃에 넣은 것이라 할 수 있다.

A 박사는 "이 사안이 중국에게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안보이익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아직 북미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았고 의제 문제로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지정학적 국가이익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반도 문제 해결 진전 상황에 걸맞지 않고 대국답지도 못해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방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미국에 대응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자국 이익만을 내세우는 중국에게 실망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날 제안 뒤 바로 성사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동북아시아의 대변화속에서 남북이 공조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그 대상은 1차적으로는 미국이지만, 중국도 들어있는 것이다.
#문재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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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이 기사는 연재 2018 남북-북미정상회담 : 평화가 온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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