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모내기개구리님 자연농 논에서 여럿이 함께 손모내기하는 장면
이파람
둘째로 밖에서 뭔가를 가져다 넣지 않는다. 한자어로 무투입이다. 쉽게 말해 비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화학비료뿐 아니라 유기농에서 쓰는 친환경비료나 퇴비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밭에 풀(흔히 잡초라고 하는 작물이 아닌 풀)이 나면 뽑거나 베어서 그 자리에 둠으로써 땅으로 돌아가게 한다. 논 같은 경우에는 쌀을 수확하고 남은 볏짚을 논에 다 돌려준다.
그밖에 대량의 퇴비가 아닌 그 논밭에서 난 것을 먹고 우리 가족이 눈 똥오줌이라든지, 논둑, 밭둑에 잔뜩 자란 풀을 베어 밭에 주는 등 인간이 없더라도 자연에서 본래 일어나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땅을 기름지게 해나간다.
실제로 땅을 갈지 않는 상태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외부에서 다량의 비료나 퇴비를 넣지 않고도, 매년 작물을 재배하여 수확물을 먹으면서도 조금씩 땅이 더 비옥해진다는 것이 자연농 선배들의 경험이고 가르침이다.
풀과 벌레는 적이 아니다셋째로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처음 자연농을 제안한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정말로 인간의 손을 대지 않는 방향을 추구하였다 한다. 그는 점토단자(영어로는 Seed ball 또는 Seed bomb이라 부른다)라고 하여 씨앗을 진흙 속에 넣고 뭉친 것을 뿌렸다.
다양한 씨앗을 섞어 넣은 점토단자를 숲 여기저기에 뿌려두고 여러 씨앗 중에 그곳 환경에 가장 적합해서 다른 씨앗과 야생풀들을 이기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 녀석이 있으면 먹었다고 한다. 그 외에는 사람이 뿌리지 않아도 야생에서 자라는 것들을 주로 먹었다. 농사보단 채집에 가까운 방식이다.
다만 우리는 그 정도로 모험을 하긴 어렵고, 한정된 밭에서 안정적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싶기 때문에 가와구치 등이 했던 비교적 생산이 보장되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키우고자 하는 작물을 돕기 위해 풀도 베고 때로는 벌레를 잡기도 한다. 작물은 야생성을 잃은 녀석들이 많아 야생 들풀들과 경쟁하면 거의 이길 수가 없다. 따라서 그 작물을 먹고 싶은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