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8.8.8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요즘 북한 TV나 신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산업시설 현지지도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활발한 행보만큼 북한 경제도 어느 정도 활력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유엔과 전 세계를 동원해 압박을 가하는데도 북한 경제가 죽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북한의 무역의존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을 끊어주면 북한이 금방 고사될 텐데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중국이 그렇게 해도 북한 경제가 고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 박종철 논문의 제목은 '석탄 금수조치로 김정은 셈법 바꿀 수 없다'다. 논문은 이렇게 지적한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중무역이 불과 60억~70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은 북한의 대외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경제 자립도가 높은 나라다. 그렇다고 잘사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다. 이미 70년 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았으니, 진작부터 그런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북한은 자립경제를 구축할 목적으로 1950년대부터 개별 국가기관이나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살아가도록 했다. 정치적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에 힘입어 지난 70년간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었다. 그 시스템의 일부가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의 '북한의 자립적 지방경제의 형성과 발전: 1950~1980년대'에 소개돼 있다.
"북한의 자립적 지방경제가 가지는 특징의 하나는 북한의 행정구역 편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각 시·군이 농업지대와 공업지대를 다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2003년 <북한연구학회보> 제7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중
하나의 도시 안에서 농·공업이 함께 이뤄지도록 해서 비상시에 각 도시가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각각의 도시에서 산업원료도 자체 조달하도록 했다. 예컨대 음료수 공장을 세울 때는 인근에 과수원도 함께 조성하는 식이다.
"북한 당국은 1958년 지방공장을 대대적으로 건설할 때부터 각 시·군은 원료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 위의 논문 중
북한 경제는, 자녀가 부모한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방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독립심을 키우도록 하는 가정에 비유할 수 있다. 상부 기관이나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생존능력을 키우는 그런 시스템 속에서, 미국의 무역 봉쇄가 심해지면 북한 사람들은 자기 지역이 살 길을 독자적으로 모색한다. 자기 지역이 가진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가동시켜 생존을 모색한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제재가 쉽게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금수조치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북한이 살아남은 생존비결 중에는 석탄과 관련된 것도 있다. 박종철 논문은 "대북제재는 강화되는데 도리어 북한 경제는 회복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에 석탄이 있다"라면서 북한이 석탄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해온 방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원유 50만t을 수입하고 있다. 자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1일 소비량에 불과한 원유만으로 어떻게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해답은 석탄을 석유로 액화하는 설비에 있다. 실제로 과거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은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에 맞서 세계적 석탄 산지인 함경북도 아오지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하여 관동군 등에 휘발유를 공급했고. 1960년대 소련과 1980년대 중국 역시 북한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해준 바 있다."
세계적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탄을 활용해 석유 부족에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석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북한은 굳이 석탄 수출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석탄을 팔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미국과 싸워가며 무리하게 수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13년부터는 석탄 수출보다는 석탄 내수에 우선순위를 두고, 수출량이 국내공급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13년 1월 우선 석탄을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이후 그 양에 해당하는 만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일종의 쿼터제(와크)를 시행하였다고 알려진다." - 위의 논문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은 석탄 등의 금수조치로 북한을 고사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트럼프도 금수조치 덕분에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상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질적 효과도 없는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는 쪽은 우리나라 기업들뿐이다. 미국이 계속 제재조치를 내놓으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 석탄 생산지로부터 적은 물류비용으로 손쉽게 석탄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북한을 놔두고 러시아·중국·우크라이나·베트남 등지까지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기업은 위의 관세청 보도자료에서처럼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탄 외에도 북한에는 지하자원이 무수하다. 안영민 전 <민족 21> 대표이사의 <행복한 통일 이야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북은 남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중략) 북에는 아시아 최대의 노천광산인 무산철광에 25억 톤의 철이 매장되어 있다.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40억 톤 규모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또 2011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통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북의 광물 매장량의 잠재가치는 남측보다 24배 많은 6983조5936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북에 7000억 원이 아니라 7000조 원 이상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광물을 가장 가까이서, 또 가장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한 쪽은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우리 기업들이 이런 이점을 활용할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실질적 타격도 주지 못하면서 이처럼 한국 기업한테만 불이익을 준다면,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대북제재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남제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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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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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 금수조치, 결과적으로 누가 피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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